‘74전 75기’ 양희영의 가슴에 맺혔던 한마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거야”

김경호 기자 2024. 6. 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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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이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CC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서매미시|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에이미는 메이저에서 우승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선생님이 들으셨대요, 그걸 해내서….”

프로 데뷔 17년, 메이저 대회 75번 째 도전 끝에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든 양희영(35)의 가슴에 맺힌 한 마디가 있었다. 바로 “에이미(양희영의 영어명)는 메이저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양희영은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CC(파72·6731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치고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 고진영과 릴리아 부(미국) 등 공동 2위(4언더파 284타) 3명을 3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10살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간 이후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운 그는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6번째 우승을 마침내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메이저대회 74전 75기는 안젤라 스탠포드(미국)의 76번째 대회 우승 다음가는 기록이고, 한국선수로는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이미림(당시 29세)을 넘어 최고령이자 첫 30대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US오픈에서 두 차례 2위를 차지한 것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톱10에만 21번 들며 좌절한 끝에 22번째 도전에 우승을 새겼다.

양희영은 24일 우승 인터뷰에서 “그동안 메이저 대회때 몇 차례 우승할 기회가 왔었는데, 그 때마다 놓쳐서 아쉬웠다”며 “그게 쌓이다 보니, 점점 (우승권에) 가까워지는 거에 겁을 먹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됐고, 이번주에도 상위권에 있을 때 또다시 그런 느낌이 왔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엔 스스로가 끝까지 집중하고 긴장감 놓치지 않고 잘 마무리 한 거 같다”고 했다.

양희영이 느낀 긴장감과 그 때마다 발휘한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렇게 18홀 내내 긴장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캐디한테 와, 이렇게 긴 18홀은 처음 치는 것 같다”고 했다는 그는 “어떤 분이 제 선생님께 에이미는 메이저 우승을 못할 거라는 말을 했는데 선생님이 그 말이 가슴에 남아서”라고 울먹이면서, 마침내 해내서 더 기쁘다고 밝혔다. 스승에게 품었던 미안한 마음과 자신의 가슴에 맺혔던 일을 해냈다는 의미가 컸다.

우승의 원동력으로 좋은 샷에 더해 “이번주에는 특히 쇼트 게임 파 세이브가 정말 좋았다”며 5번홀(파3)에서 칩인 버디를 잡을 때도 “티샷은 짧았지만 쇼트게임은 제가 상상한대로 치고 싶은대로 쳤고, 단 한 번도 핀에서 벗어나지 않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스코어보드를 끝무렵에 처음 보고도 완전히 장갑을 벗을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독였다는 그는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기록할 때 살짝 흔들렸지만 잘 넘겼고, 18번홀 그린에 오를 때는 타수가 많이 나도 너무 떨렸다”며 첫 메이저 우승의 짜릿함을 표현했다.

“앞으로 평생 메이저 챔피언이란 말을 듣는게 너무 너무 영광이고, 이번 우승으로 꿈꿔왔던 올림픽에 한 번 더 출전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는 그는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는게 크나 큰 영광이고, 잘 준비해야겠다”고 밝혔다. 양희영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3위와 1타차로 공동 4위에 그쳐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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