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탈시설 말하는 건 세뇌당해서?’···발달장애인 사과 촉구
서울시의원이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를 주장하면서 ‘탈시설을 옹호하는 발달장애인은 세뇌된 것’이란 취지로 말해 발달장애인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연합체 ‘서울피플퍼스트’는 24일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을 무능력한 존재로 보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문성호 서울시의원의 행동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나왔다. 문 시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발달장애인 A씨가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보편적 인지 특성을 고려할 때 주변에서 세뇌에 가까운 편파적인 정보만 반복해 제공하거나, 시위하는 내용이 정확히 어떤 것을 목표하는가에 대한 지향점을 설명하는 것 없이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강조하고 시위를 이벤트로 느끼게 한다면 얼마든지 현혹돼 시키는 대로 편지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편지를 쓴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시의원이 발달장애인을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처럼 비하했다고 규탄했다. A씨는 “세뇌를 당해 편지를 쓴 것이 아니고 탈시설 지원 조례가 폐지되면 나와 가족 같은 동료들이 시설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편지를 쓴 것”이라며 “생각이 다른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세뇌당했다고 얘기한 것을 사과하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4월 문 시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7살 때 시설에 맡겨져 26살까지 살았다”며 “시설에 살면 20살이 돼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적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설이 괴로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집이고, 같이 사는 동료(장애인)들은 가족이지만 시설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곳”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문 시의원의 발언 때문에 시설에서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설에서 ‘네가 시설을 나쁘게 만들었다. 책임져라’ 등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며 “그곳에 20년 추억이 담겨 있었기에 나쁘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데 문 시의원으로 인해 인연을 끊어내고 쫓기듯 자립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기백 서울피플퍼스트 활동가는 “문 시의원은 A씨가 쓴 내용은 비장애인이 시켜서 쓴 것이고 조력자들은 발달장애인을 현혹해서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렸다”며 “시의원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쩌면 이렇게 처참한지 놀랍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나온 발달장애인 박경인씨도 “문 시의원은 발달장애인들이 자기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나누는 차별적 생각이며 그런 생각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은 이 사회에서 주눅 들어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시의원은 “A씨는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했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발달장애인이 세뇌를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세뇌와 같이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면 위험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은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가결됐다. 탈시설 지원 조례가 2022년 7월 제정된 지 2년 만이다. 지원 조례는 서울시장이 장애인 탈시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 단체가 탈시설 조례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청구조례안을 발의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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