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랩]"내가 뭘 본 거야?" 마법이라 해도 믿을 경이로운 K-매직…'더 매직스타'에 다 있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어릴 적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방송사는 특별 방송으로 세계적인 마술사의 마술 공연을 편성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마술을 간편하게 시청할 수 있는 기회에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앉았고, 신비로운 마술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TV로 접했던 유명 마술사 이름으로 중장년층에게는 데이비드 카퍼필드, 2030 젊은 청년층에는 이은결, 최현우 정도가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TV에서 특집 마술쇼가 사라졌고, 마술사의 이름도 잊혀갔다. 그럼, 한국의 마술은 그냥 이렇게 퇴보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한국의 마술, 'K-매직'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국의 마술사들이 세계 유수의 마술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해외 유명 매직쇼 무대에 서느라 한국보다 국외 체류 기간이 더 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K-매직의 성장은 멈춘 적이 없고, 한국 마술사들의 실력은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마술에 대한 기억이 어떤가? 손에 없던 카드가 갑자기 생기고, 날카로운 칼로 몸을 분리했는데도 멀쩡하고, 철창 안에 들어간 마술사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부류의 마술? 그 정도 수준의 마술만 생각한다면, 그건 요즘 마술에 대한 이해력이 한참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마술, 특히 K-매직은 마술이 아닌 '마법'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놀라운 경지에 올랐다. 궁금하지 않은가? 어떤 신통방통한 마술을 부리는지.
그 궁금증을 한방에 해결할 만한 TV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SBS 글로벌 마술 오디션 '더 매직스타'다. 트로트 가수 뽑고 아이돌 멤버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많았던 터라 포맷 자체는 식상할 수는 있지만, '더 매직스타'는 마술사들이 마술 퍼포먼스로 경쟁하는 그림만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더 매직스타'에 참가한 마술사들의 액트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황홀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비싼 돈 주고 보는 매직쇼가 부럽지 않다. 또 한 편만 봐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K-매직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매력적인 마술사가 존재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 영상부터 보길 바란다. '더 매직스타' 1회에 출연했던 마술사 유호진의 액트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더 매직스타'의 매력을 느끼기에 백 마디 말보다 이 영상 하나를 추천한다.
<네이버 영상>→https://naver.me/GEIT9XbS
(https://naver.me/GEIT9XbS)
<유튜브 영상>→https://youtu.be/t546sFLKWFQ?si=O76ZyFZ15RNc8stN
(https://youtu.be/t546sFLKWFQ?si=O76ZyFZ15RNc8stN)
# '마술 아닌 마법' 입이 떡 벌어지는 신비로운 매직쇼
"호그와트 마법부 출신이 TV에도 나오네?"
"요즘 마술 퀄리티가 이 정도였다니. 정말 환상적"
'더 매직스타' 첫 회를 본 시청자들은 온라인에 이런 댓글들을 남겼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마술사들이 해리포터가 수업받는 마법학교 호그와트 출신이 아니냐는 반응들이었다. '더 매직스타'에서는 종이가 스스로 종이비행기로 접히더니 공중을 부양하고, 반지가 날아가 손가락에 꽂히고, 물건이 갑자기 눈앞에서 투명해진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공연에 '마술이 아닌 마법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술사가 어떤 트릭을 쓰는지 궁금해 그걸 찾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마술 퍼포먼스를 계속 보고 있으면, 트릭이 전부가 아니란 걸 금방 깨닫게 된다. 트릭 너머, 마술사의 표정과 연기, 음악, 조명, 연출 등이 한데 어우러진 액트는 진정한 '종합예술'로 다가온다. 그렇게 마술에 푹 빠져 집중하다 보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재미와 감동에 '트릭이 뭘까?'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
# 세계적인 마술사가 한 자리에
'더 매직스타'에는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마술계에서는 알아주는 엄청난 이름값의 글로벌 마술사들이 즐비하다.
아시아인 최초로 FISM 세계마술챔피언십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유호진, '브리티시 갓 탤런트' 세미 파이널리스트 출신인 박준우, 120만 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마술사 에덴,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태양의 서커스' 소속인 '더 일루셔니스트' 팀의 마술사 김현준 등 한국 유명 마술사들은 거의 다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브리튼즈 갓 탤런트' 파이널리스트 출신이자 영국 BBC 최초로 가장 큰 생중계 일루전을 선보인 마술사 달시 오크, 2018 FISM 그랑프리 수상자이자 '브리튼즈 갓 탤런트 : 얼티밋 매지션' 우승자 에릭 치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라스베이거스 쇼 컨설턴트 출신으로 9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태국의 유명 마술사 패트릭 쿤 등 해외 유명 마술사들도 '더 매직스타' 참가를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이렇게 쟁쟁한 글로벌 마술사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세계적인 마술사 루이스 데 마토스가 심사위원인 '스타 저지'로 나서 이들의 마술을 평가한다. '더 매직스타'의 화려한 마술사 라인업을 보고 누리꾼들은 이런 반응을 남겼다.
"방구석에 앉아서 피즘그랑프리에 나온 마술사들 공연을 줄 세워놓고 보게 될 줄이야"
"축구로 치면 호날두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 모아놓고 1대1 축구시키는 거"
대단한 실력을 갖춘 마술사들이 겨루는 만큼, '더 매직스타'에서 선보이는 마술 퍼포먼스들은 어느 하나 어설프거나 지루한 게 없다. 서바이벌이라는 특성상 경연 후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뜨려야 하는데, 모두를 품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 저마다 간절한 사연들, 마술사 내면의 매력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 중 하나는, 참가자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더 매직스타'에서도 남다른 사연과 참가 이유를 가진 마술사 개개인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들려주는 내면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연결되어 마술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동을 자아낸다.
아일랜드 국적의 15세 소년 마술사 킬리안 오코너는 자폐로 닫힌 방에서만 지내다가, 마술을 만난 후 인생이 달라졌다. 방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나처럼 뭐든 이룰 수 있다"는 킬리언의 마술을 보고 있으면 "자폐는 장애가 아니다"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등학생 때 찾아온 우울증과 공황증세로 '모래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마술사 영민에게도 마술은 안식처 같은 존재다. 영민은 자신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마술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빛을 밝혀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영민이 보여준 '모래'를 이용한 액트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2009년 세계마술대회에서 1등을 수상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마술사였지만,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마술계를 떠나 평범한 직장인이 됐던 한설희는 다시 용기를 내 '더 매직스타'에 도전했다. 오랜만의 마술공연에 긴장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결국 무대 위에서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의 위대한 도전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밖에, 방구석에서만 마술을 하던 최이안은 곧 태어날 아들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세상 밖으로 나와 '더 매직스타'에 도전했고, 자전거로 72개국을 여행 중인 일본인 스트릿 마술사 이와사키 케이치는 20여 년 전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한국 사람들을 잊지 못해 '더 매직스타'에 나왔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더 매직스타' 참가자들의 사연은 곧 이들이 보여주는 마술 퍼포먼스의 서사가 되는데, 그걸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에 따라 몰입의 깊이가 달라진다. 마술사 한 명 한 명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은 '더 매직스타'가 일반 매직쇼가 아니라 서바이벌 매직쇼라서 가능한 장점이다.
# K-매직에 대한 관심, 부흥으로 이어지길
'더 매직스타'에는 MC로 전현무가 나서고, '스타저지'로는 영화감독 장항준, 배우 진선규와 한혜진, 가수 김종민, 박선영 아나운서, 그리고 세계적인 마술사 루이스 데 마토스가 함께 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 이은결이 '매지컬 아트 디렉터'로 참여해 무대 뒤에서 참가자들의 마술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애쓴다.
이은결이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시스템이라 정작 '더 매직스타' 방송에서는 이은결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은결은 참가자들이 무대에 세계관을 잘 담을 수 있도록 그들을 안내하고 제작진에게 설명하느라 수많은 밤을 새우며 '더 매직스타'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는 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후배 마술인들이 더 주목받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은결은 "제가 세계 대회에 나가 우승한 게 2001년이다.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지난 20년 동안 한국 마술사들의 활동이 없던 게 아니다. 그 뒤로도 세계 대회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데,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다"며 뛰어난 실력에도 마술계에 스타가 꾸준히 등장하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은결은 "제 길을 얼마든지 비켜 줄 수 있다"며 '제2의 이은결'이 탄생하길 바랐다.
또 이은결은 "'더 매직스타'를 통해 열정을 가진 수많은 마술사들이 소개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정말 많은 스타들이 발굴돼서 많은 분들한테 마술이 단순히 눈요기 거리가 아니라, '마술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구나' 생각해줬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더 매직스타'에 출연한 마술사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마술 하면서 벌어먹고 살 수 있겠니"라며 생계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월드클래스 마술사인 유호진이 해외를 누비며 이름을 날려도, 정작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단편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K-매직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더 매직스타'에 출연한 마술사들은 "마술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사람들에게 마술로 기쁨과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고 한다.
'더 매직스타'에 출연하는 스타 저지들은 참가자들의 마술쇼를 볼 때마다 놀라움에 눈이 커지고, 짜릿한 전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흥분해 소리를 지르기도, 감동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다 큰 어른이 이렇게 아이처럼 환하게 웃거나, 순수하게 놀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더 매직스타'에서는 마술을 통해 그런 순간의 행복이 가능하다.
'더 매직스타'를 보는 시청자들도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길, K-매직의 매력을 조명해 마술의 대중성을 이끌어내는데 한몫할 수 있길, 작게나마 소망해 본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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