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정 위기 중국, 7월 3중 전회 30년 만의 재정개혁 논의 전망
중국 헤이룽장성 넌장(嫩江)시는 지난 4월 8일 시내 모든 버스 노선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정부의 버스 보조금 조정, 유가 인상, 운전사 임금 인상, 인구 감소 등으로 버스 운영업체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국 상하이 증시 상장사 웨이웨이식품은 지난 12일 후베이성 세무당국으로부터 옛 자회사였던 주류 회사가 1994년부터 2009년까지 15년 동안 체납한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최근 공시에서 밝혔다. 당국이 밝힌 체납액은 8500만위안(약 162억원)이었다. 여러 기업이 유사한 통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가운데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조세 및 재정 개혁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조세 수입은 중앙 정부에 몰아주고 지방 정부는 부동산 판매 수입을 재정의 근간으로 삼아 왔다. 조세부담률도 낮은 편이다.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지방 정부의 경쟁적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한 제도였다. 이 같은 구조는 지방정부가 재정 조달을 위해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 재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방 정부는 2023년 국가 전체 재정 수입의 54%만 거둬들인 반면 지출은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지 판매 수익이 급감한 데다 고령화로 인해 지방 정부의 지출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공공교통 운영, 학교, 병원 건립비 등이 지방정부 예산에서 나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계산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비율은 14%로 선진 7개국 평균인 2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세금 감면이 이뤄지면서 조세부담률은 2016년 28.1%에서 2021년 25.4%로 감소했다. 2023년 중국 재정 수입의 16.4%가 벌금, 몰수재산 등 비과세에서 나왔다.
이는 지방정부 부채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1조7000억위안(약 7900조원)이며 지방금융기업, 공기업 등의 ‘그림자 부채’를 따지면 실제 부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랴오닝대학교 경제학과 왕전위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지방정부 재정 자급률은 4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중앙 정부 교부금에 의존한다.
SCMP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배분 방식이 재조정될 전망이다. 중국 전체 세수의 거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세 대부분을 지방 정부가 가져가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중국의 4대 세목은 소비세, 증치세(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법인세), 개인소득세인데, 현재는 지방 정부는 부가가치세 수입의 절반과 개인 소득세의 40%를, 중앙 정부는 법인 소득세의 대부분과 소비세의 전부를 가져간다. 플랫폼 이용료 등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자본소득세 등을 중심으로 증세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은 주식배당 등 자본이득세 세율은 20%다. 인도(30%), 미국(37%)보다 낮다. 다만 예상되는 3중전회 주요 의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 향상으로 첨단 기술 투자를 강조할 것으로 보여 자본소득세 증세 추진에 난점도 따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과학기술과 미래 혁신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로선 자본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의 전반적 조세부담률이 낮아서 향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크다고 평가받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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