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發 금융불안…中, 수십조원 실탄 쌓는다
부동산 잠재부실채권 비율 6배↑
주택판매 3년만에 반토막 전망
금융안정기금 대규모 증액 추진
유동성 공급하던 지방정부 빚더미
中 경제위기 또다른 시한폭탄으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금융위기 발생을 막기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기금 마련에 나섰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연쇄 부도를 막자는 취지다.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개혁 작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금융회사 연쇄 부도 위기
24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5~28일 제10차 회의를 열어 금융안정보장기금의 출연금 조달 방법과 사용 목적을 담은 ‘금융안정법’ 초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금융안정보장기금은 현재 650억위안(약 12조4000억원)가량이 모였다. 중국 정부는 연내 수천억위안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출연금 조달 주체는 금융회사와 결제업무 등을 담당하는 금융 인프라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필요하면 인민은행을 통한 저금리 융자로 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법도 허용할 방침이다.
새로운 금융안정보장기금은 금융회사 파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 전체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금융회사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예금자를 보호하는 기금과 차별화된다.
이는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부동산 금융의 리스크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주택 판매 부진이 길어지면서 헝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 개발 기업이 사실상 파산한 상태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상징이자 부동산 위기의 중심에 놓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도 지난 1월 파산을 신청했다.
일본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 부동산 기업의 잠재 부실채권 비율은 19.4%로 2019년 말과 비교해 여섯 배가량 높아졌다. 부동산 개발 기업에 내준 융자와 주택융자는 은행 대출 잔액의 20%가 넘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주택 판매가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판매 규모가 10조위안(약 1907조원)을 밑돌아 2021년 정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피치도 올해 15~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각한 지방정부 재정난
그동안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유동성 공급은 주로 지방정부가 맡았다.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지방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문제는 중국 지방정부가 부동산 불황의 여파로 세입 감소와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새 기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제개혁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국가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세제개혁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 4월 기준 41조7000억위안(약 7950조원)에 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와 국유기업 등에 산재한 숨겨진 부채까지 합치면 전체 부채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 폭탄이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개인 소득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부가가치세 분배 비율을 조정하는 등 세수 기반을 늘리는 개혁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학자는 전자상거래 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세와 폐기물 및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보호세 적용 범위를 더 많은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제안하고 있다. SCMP는 “1994년 이후 중앙정부 재정 수입은 세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지방정부 수입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지방정부 재정을 튼튼히 하는 세제개혁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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