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빨고 쌓고 밟으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요
오감 활용해 문해력 만드는 시기에
작고 딱딱한 보드북 오감교육 효과
미션수행하며 책 속 동물과 경쟁도
기발한 그림에 아이들 흥미 유도해
얼마 전, 생일을 맞은 둘째 아이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비슷한 나이인 우리 반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었다.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아이들 대다수가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말했다.
또 캐릭터 인형이나 스마트폰,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답이 오가는 와중에도 책을 선물로 원하는 아이들은 만날 수 없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분야에서, 책은 장난감이나 게임기, 스마트폰에 밀리는 일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책, 특히 그림책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선 그림책은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놀잇감으로 함께할 수 있다. 아기는 엄마나 아빠(혹은 아이에게 유의미한 어른)가 읽어 주는 책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림을 바라보기도 한다.
또 아기는 그림책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기도 하며, 물거나 빨기도 한다. 이렇게 이 시기의 아기는 오감을 활용해 문해력 발달에 중요한 ‘책의 개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그림책이 바로 작고 딱딱한 ‘보드북’이다. 표지와 내지 모두 딱딱하고 두꺼워 넘기기 쉽고, 아기가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도 둥글게 만들어져 있어서 안전하다.
나의 두 아이 모두 태어나자마자 주변에 놓여 있던 보드북을 물고 빨고, 쌓기도 하고, 밟기도 하며 자랐다.
‘달님 안녕’ ‘엄마랑 뽀뽀’ ‘아빠한테 찰딱’ ‘사과가 쿵!’과 같은 보드북 그림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것인데, 이렇게 이른 시기부터 그림책과 놀며 자라면 책과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유아 시기에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어떤 그림책과 어떻게 놀 수 있을까? 책 읽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라면 ‘놀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둘째와 어젯밤 읽었던 ‘한번 넘겨 봐’는 아이와 정말 재미있게 놀아주는 그림책이다. 책장을 넘길 수 있느냐를 가지고 동물들과 힘을 겨루는 재미를 준다.
아이는 동물들이 내 주는 미션을 해결하고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이즈음 조금 큰 아이라면 “뭐야, 시시한데?”라고 반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동물들이 또 새로운 문제를 내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어라? 만만하지 않네?”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그림책 속 동물들과 힘과 지혜를 겨루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절대로 ~면 안 돼!’의 래리 시리즈도 흥미를 유발하는 그림책이다. 이미 국내에 ‘절대로 누르면 안 돼!’ ‘절대로 만지면 안 돼!’ ‘절대로 그리면 안 돼! 스케치북에도’ ‘절대로 누르면 안 돼! 크리스마스에도’ 등 다양한 시리즈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손쉽게 끌어당길 수 있는 마법 같은 그림책이다.
주인공 래리의 말대로 버튼을 누르기도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하면서 래리를 도와주며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비슷한 스타일로 ‘멋대로 움직이는 책!’ ‘으앗! 다른 책에 갇혔어’ ‘책놀이’도 추천한다.
그리고 이런 그림책들에도 쉽사리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에게는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친숙한 ‘엉덩이 탐정’ 시리즈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 캐릭터와 추리하는 스토리도 정말 재미있지만, 다양하게 등장하는 미로 찾기, 숨은그림찾기가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읽기에 참여하게 만들 수 있다.
숨은그림찾기를 특히 좋아하는 아이라면, ‘무리’라는 책도 추천한다. 숨어 있는 그림이 단순하지 않고 기발해서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한다.
오늘 소개한 그림책들을 통해,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정적이고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장난감처럼 그림책과도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번 느낀 즐거움을 기억해 책에 자꾸만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책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 민경효 솔밭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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