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22대 개원 후 ‘지지율 최저’···“구체적 정책비전 보여야”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4·10 총선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혁신당은 ‘자강론’을 강조하며 거대 양당 체제에서의 독자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창당 한 달 만에 12석 비례 정당이라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당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민생 이슈 발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혁신당 지지율은 총선 이후 최저인 9%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주(6월2주) 11%보다 2%포인트 감소한 결과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혁신당 지지율은 10.7%로 나타났다. 이는 4·10 총선 이후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한 5월2주차 12.5%보다도 1.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지율 최고치를 기록한 건 5월5주차 14.5%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24일 통화에서 “혁신당은 총선 국면에서 반윤·비명과 반명·비윤이라는 이질적 유권자 결합으로 약 24%의 비례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은 것인데, ‘3년은 너무 길다’ 구호 이후 눈에 띄는 의제 주도권을 설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총선 당시엔 윤석열 정부 심판이란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지지가 몰렸지만, 총선 이후엔 민주당 주도로 정국이 운영되면서 혁신당이 뚜렷하게 존재감을 가질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혁신당 내부에선 6월 임시 국회에서 경험한 거대 양당 구조의 벽을 지지율 하락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지율 하락에 관한 질문을 받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강소 정당을 표방하지만 비교섭단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고 스피커가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총선 시기만 해도 ‘3년은 너무 길다’ 등 혁신당의 메시지가 빠르고 강하고 선명했는데, 이후에 좀 더 그렇게 하지 못한 데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혁신당에서 검찰 개혁 구호 외에 구체적인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했다. 최 소장은 “혁신당이 사회권 선진국을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원론적 선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저성장·저출산·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구체적인 각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도 “사회권 선진국이 학계에선 광범위하게 논의된 개념이라고 하지만 국민이 받아들이기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3년은 길다’는 구호가 총선 정국에서 정권 심판 프레임을 작동시켰다면 이후에 한국사회를 끌고 갈 장기적 로드맵과 실현성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민생 의제 발굴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 소장은 “현실정치, 원내정치에선 교섭단체가 아니면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책 이슈 주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 시절에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이끌었고, 10석이던 17대 국회에서 무상급식 이슈를 주도했다”며 “결국 구체적이고 전파력이 있는 이슈를 발굴해 대중을 설득하는 민생 정당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제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 근접한 정당 호감도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앞서 조국 혁신당 대표는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최근 한 여론조사(5월 5주차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서 혁신당 지지도(13%)는 민주당 지지도(29%)의 절반 아래이나, 우리 당의 ‘호감도’(36%)는 민주당 ‘호감도’(40%)에 근접했다”며 “호감도는 ‘미래 지지 가능성’이다. 호감도가 지지도로 바뀌려면 우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당 지지율과 관련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2.7%다.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2.2%다. 조 대표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지난 5월28~30일까지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로 뽑은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1%다. 세 여론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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