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60주년이지만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

김지환 기자 2024. 6. 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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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성덕환 기자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이 되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직종을 정부가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는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산재보험 60주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1964년 한국 최초의 사회보험으로 도입된 산재보험제도 자체는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돼 왔지만, 전체 취업자 중 공적 재해보장제도에서 적용제외된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양대노총이 공동 주최했다.

농림어업을 제외한 자영업자 산재보험 적용 현황을 보면, 산재보험 가입률은 1% 미만이다. 노무제공자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이들까지 비임금노동자 범주에 포함시켜 산재보험 가입률을 계산하면 2019년까지는 2% 미만이었다. 다만 노무제공자에 대한 산재보험 당연적용이 실시된 이후 가입률은 15.7%(2021년)로 늘었다. 현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18개 직종의 노무제공자는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노무제공자 기준을 넓힌다 해도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형태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그러면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임의가입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선택지만을 갖게 된다. 이는 산재보험으로 재해보장을 받는 비임금노동자가 기껏해야 10% 수준인 상황이 지속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산재보험법상 노동자 정의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서 출발한 산재보험이 다양한 특례 형태로 적용 대상을 넓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 산재 인정률, 산재재심사위원회 취소율 하락 등도 문제로 꼽힌다. 자살 산재 인정률은 2019년 59.3%, 2020년 67.1%, 2021년 52.7%, 2022년 45.78%, 지난해 43.7%를 기록했다.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2021년 2월까지 자살사건은 서울남부판정위원회에서만 다루다가 각 지역판정위원회로 분산됐다”며 “분산 심의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각 지역판정위원회에서 자살 사건에 대해 심도 깊은 판정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산재재심사위원회의 경우 지속적으로 취소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말 현재 취소율이 5.5%대로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위원회는 산재보험급여와 관련한 근로복지공단의 심사결정에 불복해 제기되는 재심사청구를 심리·재결하는 곳이다.

산재 처리 기간 장기화도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전체 질병의 처리기간은 214.5일, 근골격계 질환은 146일, 정신질병은 205일, 직업성 암은 289일, 난청은 333일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권 노무사는 “산재 처리 기간 증가는 단순히 산재 신청의 증가 때문이 아니다”며 “처리 기간 증가는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의 적극적인 행정이 부재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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