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숙원사업만 논의하는 ‘밸류업’ 공청회
“상속세 30%로 낮추고 가업상속공제 확대”
“단편적 정책,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역부족”
국책연구기관 주최로 24일 열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상속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배당금 세액공제 등 재계 숙원사업들이 대거 쏟아졌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구조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정부가 재계측의 목소리만 듣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밸류업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상속세 부담은 낮추고 계속기업을 통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수 증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밸류업 기업의 구체적인 선정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순자산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1을 넘는 기업을 제시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작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밸류업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30%까지 낮추고, 과세표준도 30억원에서 90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며 “고용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대 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도 “밸류업 프로그램 성패의 핵심은 오너일가의 경제적 유인을 일반 주주의 경제적 유인인 주가 상승, 배당 증가와 일치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그룹 총수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 법인과 투자자에 대한 직접적인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병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인에 대해서는 배당액 전체나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주에 대한 세제지원으로는 배당소득세를 분리 과세하거나 밸류업 기업의 배당액 전체를 저율 분리과세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번 공청회는 정부의 세법 개정을 앞두고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위해 열렸다. 다만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한 공청회에 이어 이날 공청회에서도 기업들의 숙원 사업만 논의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 혜택을 넘어 최근 재계 단체를 중심으로 포이즌필(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 등 지배력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재계의 요구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에 투자하는 기관들의 모임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 ‘CG Watch 2023’를 통해 “단편적인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CGA는 “포이즌필이나 복수의결권 주식 등을 포함할 경우 오히려 기존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가치평가를 약화할 수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고 다른 시장에 비해 낙후된 주주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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