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감자" 코아스… '67% 개미'는 어쩌나
지분율 최대 주주 27.66% vs 소액주주 66.5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아스는 21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6분 결손 보전에 의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90% 비율의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 기준일은 2024년 9월9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4년 10월4일이다. 감자가 완료되면 발행 주식 수는 3090만7210주에서 309만721주로 감소한다. 자본금은 154억5300만원에서 15억45만원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무상감자를 하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감자 비율만큼 줄어든다. 자본금은 줄어들지만 주주에게는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 자산 총액은 변함이 없다. 통상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를 단행한다.
코아스가 지난 5월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아스의 부채는 606억2051만원으로 자본금 대비 392.2% 수준이다. 결손금은 123억2364만원, 자본총계는 112억5388만원으로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 올 3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자본금 비율은 65.8%로 112.3%였던 직전 사업연도에 비해 46.5% 감소했다.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ROE는 2021년 -25.16%에서 2022년에 -10.57%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49.95%로 악화했다.
지난 5월 기준 창립자 겸 최대주주인 노재근 코아스 대표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3명의 총지분율은 27.66%이다. 노 대표이사의 지분은 17.13%, 노 대표이사의 아들 노형우 코아스 사장은 7.88%, 배우자 최수자씨는 2.47%, 딸 노현정씨는 0.18%를 보유하고 있다. 코아스의 소액주주 비율은 66.56%다.
21일 감자 결정 공시 이후 코아스는 24일 전 거래일 대비 24.59% 하락한 364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갱신하며 장을 마감했다. 주당 액면가 500원에 비해 27.2% 하락한 금액이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 경영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런' 시그널이라며 소액이라도 출금해야 한다는 투자금 회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아스의 자본잠식 위험 시그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업손실은 2020년 21억원에서 2021년 47억원으로 불어났다. 2022년 7억원까지 감소했으나 2023년 30억원으로 커지면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20년 892억원에서 2021년 1108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22년 979억원, 2023년 737억원으로 3년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326.66%에서 2023년 549.42%로 커졌다.
1992년 7월 설립된 코아스는 사무용 가구를 제조해 주로 관공서, 기업 등 B2B(기업 간 거래)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해왔다. 2021년 이전에는 퍼시스에 이어 2위 자리를 고수해오다 2022년 현대리바트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 갑질'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올 5월 기준 코아스의 '지배기업의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자본'은 106억5806만원이다. 감자를 결정한 자본 154억5300만원의 약 69%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90% 비율의 감자를 결정한 것에는 재무구조 개선 외에 노 사장이 코아스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2008년 입사한 노 사장은 장내 매수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지분을 확대했다. 2022년 6월21일과 22일 장내매수를 통해 총 11만252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7.52%에서 7.87%로 끌어올렸다. 현재 노 사장의 지분율은 여전히 7%대에 머물고 있다. 노 회장이 보유한 10% 후반대의 지분 수준에 다다르려면 장내 매수와 신주인수권부사채만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무상감자는 자본잠식 된 회사가 대주주 지분 포기 없이 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다 털고 대주주 출자로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일례로 JTBC가 2019년 90%의 비율로 무상감자를 결정했을 당시 국회에서 "소액주주에 대한 보상이나 대주주 지분 포기 없이 감자로 결손금을 털은 뒤 대주주 출자로 지분율을 높여 상장하려는 신종 분식회계"라는 비판이 일어 JTBC 이사회는 무상감자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코아스 관계자는 "최근의 급격한 손실은 과거의 재고손실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3년 회계법인에서 자산 등을 재평가하면서 외형적인 재무상태가 안 좋아졌지만 영업활동과는 무관하다"며 승계와 관련된 질문에는 "해당 감자 결정은 2세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코아스의 재무 상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구조 개선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정도 부채비율이 될 때까지 재무개선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소액주주들은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주주의 지분이 동일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증여 등 승계를 위한 결정일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감자를 통해 자본을 줄이면 회사는 외형상으로 부채밖에 남지 않은 상태가 된다. 부채밖에 남지 않은 기업의 주식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주식 가치를 낮춰 증여세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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