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악용 계엄법 개정해야" 5·18 조사위 대정부 권고안은
상향식 조사·284만쪽 자료로 실체적 진실 접근
'발포명령자는 전두환' 정황 증거 국한 아쉬움
대정부 권고안 "계엄령 발동 요건 엄격 제한을"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국가 차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결과가 담긴 종합보고서가 대중에 공개됐다. 계엄군 사병을 통한 상향식 조사를 통해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부 빛을 봤으며 5·18 왜곡·폄훼의 원천이었던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없는 낭설로 확정됐다.
함께 공개된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서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기조 당부와 함께 미완의 진상규명 해결을 위한 항구적인 조사를 촉구하면서 출범 초기 기치로 삼았던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24일 서울 중구 조사위 서울사무소에서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를 열었다. 대국민 보고회에서는 송선태 조사위원장과 안종철 부위원장, 각 조사과장들과 내외빈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종합보고서에는 조사위가 지난 4년 동안 벌인 5·18 관련 조사 내용 등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17개 직권과제 결과가 담긴 개별보고서를 총망라한 결과와 대정부 권고안이 7장(1250쪽 분량, 상·하 각 1권)에 걸쳐 정리됐다.
상향식 조사·284만쪽 자료로 실체적 진실 접근
이를 통해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광주교도소로 연행하던 중 수송 차량 안에 최루탄을 터트려 넣은 탓에 사상자가 나온 점, 이후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을 실제 진행한 내용, 계엄군 저격수의 대시민 사살 행동 요령 등이 공식 확인됐다.
방위병이 5·18 당시 광주 곳곳에 군인 대신 투입돼 민간인 학살에 앞장섰다는 내용도 44년 만에 공식 확인됐다. 방위병들은 광주교도소 주변 시위대 접근을 차단하는 방호작전에 동원되는 등 민간인과 충돌하는 현장에 배치돼 살상 행위에 가담했다.
민간인들의 사망 경위를 재추적한 결과 당시 사망자 수를 166명으로 확정했다. 행방불명자들을 추적해 생존자를 확인하거나 40여 년 만에 시신을 찾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도 국민 분열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사실무근'이라고 결론내렸다. 5·18 당시와 이후 인권 탄압 사건이 광주를 넘어서서 전국 단위로 벌어졌다는 점과 구체적인 내용도 확인했다.
발포 명령자는 '전두환' 정황만
5월 21일 오후 전남도청 앞 집단 사격 역시 끝내 결론내리지 못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령 대대장' 지시였다는 진술 등이 있었지만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는 못했다. 여러 증언을 취합했으나 전두환의 발포 지시와 관련된 기록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군경 피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오염되거나 교차검증이 어려운 자료들로 인해 특정 계엄군의 사망 경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시위대가 전남 무기고를 습격한 시간대도 5월 21일 오전과 오후설을 병기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계엄군의 자위권 발동 논리와 맞닿아있는 두 사례는 종합보고서를 통해서야 입장이 정리됐으나 왜곡·폄훼의 여지가 남았다.
이밖에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대체로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수준으로 갈음, 모호한 해석 여지를 주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신군부 관계자와 군·정보기관, 5·18 대응 기구 관계자 47명을 조사, 일부에게서 문서 변개·조작을 인정하는 당사자 진술을 받아냈으나 왜곡의 정도를 가늠해낼 수는 없었다.
"5·18기념사업기본법 제정하고 계엄법도 손봐야"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기본법 제정은 5·18 정신을 기리고 함양하기 위한 유·무형 기념사업을 국가 책임과 지원으로 진행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방치되고 있는 5·18 사적지 활용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강구하고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상설 치료 기구 소요 예산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게끔 권고했다.
또 법개정을 통해서만 진행되는 현행 5·18 보상법의 맹점을 지적하고 항구적인 보상 신청이 가능하도록, 5·18 유공자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군부 세력의 내란과 내란 목적살인의 범죄가 계엄법이 악용돼 저질러졌다는 점에 근거해 계엄 발동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특히 1981년 이후 수정되지 않은 일부 조문에 대해 수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신설 5·18연구재단을 통해서는 조사위의 진상규명 조사 결과와 수집자료 관리·분석을 맡기고 국내외 관련 모든 연구 교육 활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권했다.
대정부 권고안은 6개월 이내 관련 부처가 이행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송 조사위원장은 "국가폭력과 반인도적 무도함이 빚어낸 피해 전모를 확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광주와 전국의 애국·민주시민이 함께한 위대한 항쟁 정신을 담고자 했다"며 "보고서와 대정부 권고안 내용이 부마항쟁과 6월 항쟁처럼 헌법 전문에 수록돼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편 조사위는 지난 2018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이듬해 12월 27일 출범, 지난해 12월 4년여 조사 활동을 마친 뒤 종합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조사위는 26일 공식 해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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