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ERA 2.89’ 롯데 구승민 “후배들에겐 ‘잊으라’ 했는데, 정작 내가 그게 잘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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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후배들에게 '빨리 잊으라'고 말하는데, 정작 내가 그게 잘 안 됐다."
구승민은 또 "평소 후배들에게 '계속 밑으로 들어가 숨으면 계속 안 좋을 뿐이니 빨리 잊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게 잘 안 되더라"며 "야구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좋지 않은 기억은 최대한 빠르게 잊어보려고 했다. 이제야 그게 조금씩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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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민(34·롯데 자이언츠)은 셋업맨이지만, 궂은일까지 도맡는 투수였다. 홀드 상황에 던지는 경우가 도리어 드문 축에 속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고 있거나 4점 차 이상으로 이기는 상황에 등판(377타석)하는 모습이 홀드 상황(443타석)만큼이나 흔했다. 롯데는 필승조와 비(非)필승조 사이 실력 차가 큰 팀이다. 이에 구승민에게 쏠리는 부하가 컸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승민은 매 시즌 60이닝 이상을 던지고 연속시즌 20홀드까지 챙겼다. 4연속시즌 20홀드는 42년 KBO리그 역사에서 구승민을 포함해 단 2명밖에 이루지 못했다. 불펜 역사를 다시 썼듯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화려했다. 그러나 속은 알 길이 없다. 구승민은 이 기간 265경기에 구원등판해 248.1이닝 동안 4255개에 달하는 공을 던졌다. 모두 팀 내 불펜 중 최다이자 리그에서까지 손꼽히는 수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승민에게 쏠리는 관심은 대부분 대기록 연장 또는 프리에이전트(FA)와 관련됐다. 그러나 구승민은 도리어 깊은 부진에 빠졌다. 3~4월 9경기에 구원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ERA) 21.94(5.1이닝 13실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4.50으로 극악 부진에 시달렸다. 공교롭게 이 기간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구승민이 비판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날마저 생겨 버렸다. 구승민은 “(당시 부진 원인이) 구속이나 기술적 문제는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구승민은 또 “평소 후배들에게 ‘계속 밑으로 들어가 숨으면 계속 안 좋을 뿐이니 빨리 잊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게 잘 안 되더라”며 “야구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좋지 않은 기억은 최대한 빠르게 잊어보려고 했다. 이제야 그게 조금씩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많이 죄송하다”며 “나부터 (상대 타자를) 잘 막아서 팀이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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