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히지 못한 것’에 힘 실린 대국민 보고···5·18조사위 종합보고서 발간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진상규명 활동을 마치고 24일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12월 출범 이후 1683일 만의 결론이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에 국가기관이 공개 발표한 사건의 진상이다.
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빌딩 대강당에서 종합보고서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지난 4년간 위원회가 확인한 사실과 미완의 과제, 대정부 권고사항 등을 발표했다. 2019년 12월 출범한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사 활동을 마친 후 6개월간 대정부 권고사항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위원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진압 작전의 구체적인 경과와 민간인 희생(사망·상해·행방불명·암매장·집단학살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북한군 개입설 등 5·18 관련 은폐·왜곡·조작사건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계엄군 총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이 당초 알려진 시점보다 최소 24시간 이전에 먼저 발생했다는 점, 5월21일 전남도청 집단발포 당시 저격수를 동원한 조준사격으로 최소 7명이 사망했다는 점 등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상으로 숨진 사망자 135명 중 95%가 상체 부위에 피격된 것으로 나타나, 당시 계엄군의 사격이 상해를 목적으로 한 직접 지향 사격이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민간인 학살에 직접 관여한 작전부대를 제3·7·11공수여단, 제20사단, 제31사단 등으로 특정했다. 헬기를 동원해 위협사격 수준 이상의 사격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지만원씨(82) 등이 주장해온 ‘북한군 개입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5·18 당시 경찰이 남파간첩 이창용을 검거한 후 ‘광주 시위를 무장폭력 시위로 확산시키려는 임무를 띠고 남파됐다’고 발표한 것도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는 ‘미완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발포 관련 지휘체계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김남진 조사4과장은 “구체적인 발포 경위를 총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당시 발포 명령이) 현장 중간급 장교의 판단에 의한 발포인지, 여단장인지, 그 윗선에서 구체적 명령이 하달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가 5·18 관련 기록을 은폐·왜곡·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진실규명에 실패했다.
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고, 유·무형의 기념사업의 국가 지원 의무를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기념사업기본법(가칭)’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또 국가가 5·18 왜곡·폄훼에 적극 대응하고 후속 특별기구를 설치해 행방불명·암매장 의혹 사건을 지속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송 위원장은 “기대하신 결과를 속 시원하게 보여드리지 못해 송구하다. 미진한 조사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위원장인 제게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부마항쟁, 6월 항쟁과 함께 헌법 전문에 수록돼 인권과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인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오는 25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해단식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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