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보여주기식' 훈련 거부... 대만 최대 군사훈련, 언론 비공개

연례 최대 군사훈련 '한광훈련'
등한시했던 '야간' 훈련 늘리고
가상 훈련 대신 전 부대 '실기동'
중국군 압박에 실전성 대폭 강화

2019년 5월 대만군 병사들이 연례 최대 군사훈련인 한광 훈련에서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대만군이 내달 실시할 연례 최대 군사 훈련인 '한광 훈련'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주간 훈련 대신 야간 훈련을, 가상 기동이 아닌 실제 기동을 각각 강화한다. 중국군의 군사 압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보여주기식' 훈련은 최소화하고 '실전 대응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4일 타이베이타임스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내달 22~26일 나흘간 한광 훈련을 실시한다. 대만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군의 침략 가능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데 따라 대만군의 실전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이라며 과거 훈련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광 훈련은 중국의 무력 침공을 가정해 육해공군을 모두 동원해 실시되는 대만 최대 규모 훈련이다. 1984년 시작돼 올해 40회를 맞았다. 지휘소 훈련(CPX)과 실제 병력을 동원한 야외 기동훈련으로 구성되는데 CPX훈련은 지난 3월 이미 실시됐다. 내달 실시되는 야외 기동훈련은 독립주의 성향 지도자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달 취임한 뒤 치러지는 첫 번째 한광 훈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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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개 행사 탓에 실제 훈련 뒷전" 비판

대만군은 이번 훈련 기간 중 야간 실사격 훈련을 집중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훈련은 주로 낮에 진행됐던 탓에 중국군의 야간 침공에 대한 대비 태세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만군 소식통은 "야간 훈련 시 낮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만날 것"이라면서도 "전쟁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번 훈련에선 야간 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칭더(가운데) 대만 총통이 지난달 23일 타오위안 군사기지를 방문해 군 관계자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타오위안=EPA 연합뉴스

훈련 모습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했던 관례도 이번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만 정부는 매년 총통 등 고위 정부 관료가 참관한 가운데 포사격·병력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해왔다. 대만인들에게 안보 신뢰감을 주기 위한 행사였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실제 목적에 부합하는 훈련은 축소되거나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연합신문망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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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실전성 강화"

아울러 대만군은 이번 훈련부턴 '가상 훈련'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과거 훈련에선 병력 부담을 고려해 부대가 기동했다고 가정한 채 전술 훈련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훈련에 참가하는 모든 단위 부대가 훈련 시나리오대로 기동할 계획이다. 대만 국방부는 "올해 훈련은 예년만큼 멋지고 화려하진 않을 테지만, 어느 때보다 실전 상황에 가까운 훈련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군은 앞서 라이 총통 취임 사흘 만인 지난달 23, 24일 대만 주변 8곳에 걸쳐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당시 중국군이 실시했던 포위 훈련 때보다 대만 섬에 더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된 것으로 평가됐다. 대만군이 한광 훈련의 실전성을 강화한 것도 중국군의 침공 연습이 점차 실전성을 강화한 데 따른 맞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