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 6년만 공식석상 이유…"일 해야 빚 갚을 수 있어"
"고민도 사치였는데…과거 잊지 않고 노력할 것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부모 빚투'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래퍼 마이크로닷(30·신재호)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최고 전성기였던 2016년 불거진 논란 이후 6년 만이다. 조심스럽게 무대 위에 선 그는 90도 허리를 숙이며 시작해 똑같은 모습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마이크로닷은 24일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새 EP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새 앨범을 발표하는 날이지만, 논란 이후 처음으로 서는 공식 석상이라 사건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됐다.
마이크로닷은 채널A 예능물 '도시어부'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지난 2018년에 부모 빚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마이크로닷 부모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충북 제천에서 친인척과 이웃들에게 4억 원을 빌린 후 1998년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이크로닷 부친 신모씨는 징역 3년, 모친 김모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복역을 마친 뒤에는 뉴질랜드로 추방됐다.
마이크로닷은 이 과정에서 정확한 확인 없이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는 대응이라며 여론이 악화됐고 마이크로닷은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모두 하차했다.
이날 마이크로닷은 "저의 첫 대응에 대해 참 많이 후회하고 있다. 반성하고 있다. 참 어리석었던 행동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어리숙했다"며 울컥했다. 그는 "당시 매니지먼트가 사실을 확인하던 중 친하게 지내던 미국에 온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제가 '이 사건이 터졌는데 난 뭔지 모른다'고 했다. 어느 기자분이 그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고, 외국에서 온 변호사라 그렇게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이 커졌는데 그것 또한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좀 더 똑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닷은 사건 2년 만인 2020년 앨범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발표한 '책임감'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사건이 모두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로닷이 음악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대중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마이크로닷은 "어린 마음으로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입장을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참 어리숙했다"며 후회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앨범을 냈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는 잊혀져 갔다.
마이크로닷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현 소속사인 더빅브라더스무브먼트를 만나면서부터다. 지난해 8월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피해 금액을 변제를 위해 식당에서 근무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 영국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서울패션위크에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 사건이 모두 해결된 건 아니다. 아직 남은 한 명의 피해자에게 변제를 하지 못한 상태다. 마이크로닷은 "1심 재판 후 10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중 6명과 2억1000만원에 합의했다. 2심 재판 중 남은 4명 중 1명과 합의가 됐다. 그러던 중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 2023년에 남은 3명 중 2명과 합의했다. 나머지 한 분은 만나 뵀지만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까지 변제하기로 하는 차용증을 쓰고, 소속사 대표가 연대보증을 해줬다.
소속사 대표는 "2년 전 메인 프로듀서의 소개로 마이크로닷을 만나게 됐는데 한두 번 만나다 보니까 이 친구의 성실함과 음악적 재능을 알게 됐다. 어려운 부분을 헤쳐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무작정 제가 같이 하자고 붙잡았다"고 밝혔다.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앨범을 발표하는 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재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앨범 활동을 병행한다. "피해자분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건 모른다. 제가 일을 해야 그분에게도 다시 다가갈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돈을 드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이제서야 공식 석상에 서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방송에 나와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공식적인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시에 노력하는 과정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션위크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 노력하면서 기회가 많지 않았고 사소한 기화가 왔을 때도 참석해야 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닷에게 이번 앨범은 일생일대의 기회다. 전곡을 프로듀싱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누구나 양면의 모습을 지녔듯, 그가 가지고 있는 긍정 에너지와는 다른 내면에 갇혀있던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하는 내용이다. 그는 "사건 이후 마음가짐 생각이 녹아있다. 다만 듣는 사람들을 위해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드는 게 저의 목표였다. 각 곡이 듣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에 대해서는 "상황이 변하더라도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래퍼 루피와 디보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날 라이브로 무대를 보여준 마이크로닷은 호소력 있는 래핑을 보여줬다.
이외 수록곡에도 래퍼 지투, 오왼, 테드팍, 디트루, BXN(범이낭이) 등이 참여했다. 마이크로닷은 "함께 무엇을 하는 게 그리웠다. 모두 감사하다. 쉬운 선택 아니었을 텐데 용기 내서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거절한 분들도 많았는데, 노래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도와주셨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 "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힘든 기억이었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간절히 기도만 했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게 기도했고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고 이걸 해결해나가는 것에 대해서만 헌신했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진심으로 기도만 하면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제가 걸어가는 길에 지난 시간들과 진행 중인 시간들, 있었던 일들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해나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닷은 마지막 멘트도 사과로 마무리했다. "제가 오랫동안 공식적인 사과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 고민도 사치였다.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 죄송하다. 앞으로 노력해나가겠다. 약속한 부분 해나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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