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6년만에… 네 번 고개 숙인 마이크로닷의 진심 닿을까

김선우 기자 2024. 6. 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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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어리석었습니다."

마이크로닷(신재호)이 네번의 고개를 숙였다. '부모 빚투' 이후 6년만이다.

24일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마이크로닷 새 EP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마이크로닷이 취재진 앞에 서는 건 2018년 부모의 '빚투' 사건 이후 무려 6년만이다. 이후 2020년 신곡 발표를 비롯해 2023년 MBN '특종세상' 등에 출연해 그간의 심경을 밝혀왔지만 직접 나선 건 처음이다.

때문에 이날 자리에서 마이크로닷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화제성을 입증하듯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자리했다. 마이크로닷은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이런 자리가 오랜만이라 떨린다"고 운을 뗐다.

마이크로닷은 미리 준비해 온 입장을 먼저 전했다. 그는 "(부모 빚투) 사건 이후에 많은 반성과 노력의 시간을 가졌다. 부모님과 나로 인해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사과했다.

마이크로닷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놓고 90도로 고개와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어 "피해자 한분 한분 만나서 사과드리는게 먼저였다. 그러다보니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며 "첫 대응에 대해서도 참 많이 후회하고 있다.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며 재차 사과했다.

끝내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뒤를 돌아 한참 마음을 다스린 후에야 심경을 이어 나갔다. 그는 "인생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동시에 많은 부분을 깨닫고 성장한 시간이었다. 삶에 대한 소중함도 생각하게 됐다"며 "그 시간들이 지금 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내 앨범에 작업에 대해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마이크로닷은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Feat.루피·디보)' 뮤직비디오에 이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상처가 많아' '두렵지 않아' '할 얘기가 많아' 등 가사에서 그간의 심경이 전해졌다. 외에도 '올라이트(Alright)' 등 4곡의 수록곡 메들리도 들려줬다. 다소 눈빛은 떨렸지만 끝까지 무대를 마쳤다. 마이크로닷의 의지가 엿보였다.

마이크로닷의 의지와는 달리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마이크로닷은 2018년 음반 활동 뿐 아니라 채널A '도시어부' 등 예능에서도 맹활약 하던 중 부모의 '빚투' 논란'으로 활동을 멈췄다.

마이크로닷 부친과 모친은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충북 제천에서 친인척 및 이웃 등 4억 원을 빌린 후 1998년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부친 신모씨는 징역 3년, 모친 김모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 후 뉴질랜드로 추방됐다.

사건 당시 마이크로닷 측이 사건에 대해 '사실무근·명예훼손'으로 대응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런 초기 대응으로 인해 마이크로닷이 어린 시절 일어난 부모의 일로 연좌제를 적용하는 게 가혹하다는 목소리 대신 '괘씸죄'가 더해졌다. 설상가상 부모가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도 '책임감'이라는 곡을 내 더욱 비판 받았다.

마이크로닷도 일련의 사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부모님의 1심 판결 이후 '책임감'이라는 곡을 냈다. 그 때도 (나에 대한) 오해들이 있었고 어린 마음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내 입장을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 거라 생각했다"며 "이후에도 여러 싱글들을 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동안 드리지 못했던 말씀들을 전달드리기 위해 '다크사이드' 앨범을 내고 이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공식석상에 서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터다. 그럼에도 '왜 이제서야'라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마이크로닷은 "모든 질문에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답하겠다"며 자신을 향한 의문에 대해서도 담담하고 신중하게 답했다. 마이크로닷은 "방송에서 심경을 말하기도 했지만 그게 내겐 공식적인 사과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졌을 땐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션위크 참석도 마찬가지였다"고 답했다. 부모와의 연락을 묻는 질문엔 "연락은 종종 한다. (부모님도) 계속 후회하고 있다"고 짧게 전했다.

마이크로닷은 피해자들과 합의와 변제를 위해서 기울인 노력도 가감없이 전했다. 직접 작성한 종이도 들고 와 읽었다. 그는 "이래야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파악된 13명 (피해자) 중 1심 재판을 통해 10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6명에게 2억 1000만원을 변제하고 합의했다"며 "2심 과정에서 4명 중 1명과 합의됐다. 모든 재판이 끝나고 부모님이 형을 마친 뒤에도 계속 (피해자들과) 연락하며 지내왔다.2023년에 남은 3명 중 2명과 합의 했고 남은 분은 만났지만 아직 합의를 못했다. 여전히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액 변제를 위해선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6년의 시간 동안 마이크로닷은 "물론 힘든 기억이 있다. 간절히 기도만 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기도했다. 이걸 해결해 나가는 것에만 헌신했던 듯 하다"며 "다 민폐일 거 같아서 아무에게도 연락도 못했다. 피해자를 만나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 사이 유기견 봉사도 하며 지냈다. 그러다 (빅알렉스)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 소속사 더빅브라더무브먼트에서 새 출발을 한 마이크로닷이다. 이번 앨범엔 루피·디보 등 힙합 동료들이 피처링으로 힘을 실었다. 마이크로닷은 "(나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쉬운 선택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용기내 도와줘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소속사 대표 빅알렉스는 "마이크로닷의 성실함과 음악적 재능을 알겠더라. 이 부분을 잘 헤쳐 나가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잡았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는 "어떤 기회가 되더라도 소중히 신중히 임하며 열심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좋은 영향과 힘이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의지에 대해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닷은 "과거의 시간은 물론 지금의 일들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해나가고 노력하겠다. 약속한 부분을 꼭 지키겠다"며 다시금 고개 숙여 사과했다. 마이크로닷의 새 EP는 이날 오후 6시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더빅브라더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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