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할인까지 받으면 9만6,000원, 고개드는 중국 덤핑 여행상품

김다미 기자 2024. 6.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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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행사 타이항산 여행상품 9만원대 판매
덤핑경쟁 심화 우려, 고객 만족도 하락 '악순환'

중국 여행상품 가격이 9만원대로까지 내려갔다. 수요 확보에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여행상품 가격이 9만원대로까지 내려갔다. 여행사들은 항공좌석 소진과 빠른 모객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가상품을 내놨다는 입장이지만, 가격경쟁 심화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픽사베이

■ 9만원대 초저가상품의 이면

프리미엄 상품가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9만9,000원짜리 초저가 중국 여행상품이 탄생했다. 카드할인까지 적용하면 9만6,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일부 여행사가 초저가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주로 타이항산 여행상품이다. 상위 상품과 비교하면 우선 일정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같은 5일 일정이어도 프리미엄 상품은 4개의 풍경구를 돌아보는 데 반해 초저가상품은 대략 2개에 그친다. 제외된 풍경구는 선택관광으로 운영한다. 식사 또한 저가상품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식으로 구성돼 있다. 쇼핑센터 방문 일정이 없어 타이항산을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상위 상품과 달리 저가상품에서는 쇼핑센터를 3회나 방문한다. 프리미엄 상품에서 제공하는 전신마사지 서비스도 없다. 호텔도 저가상품은 준4성급이지만 프리미엄 상품은 5성급이다. 프리미엄 상품에는 현지 기사‧가이드 경비가 포함돼 있어 저가상품 대비 추가 경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특히 한 초저가상품은 저녁 출발‧도착 일정이어서 사실상 하루 일정이 빠진다.

홈쇼핑 상품 또한 마찬가지다. '299', '399'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장자지에 상품 일정을 살펴보면 충칭에서 이동해야 하고, 백두산 상품은 무한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버스로 7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로 보통 중간 지역에서 1박을 한 후 다시 이동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항공좌석 소진과 빠른 모객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가상품을 내놨다는 입장이다. 하드블록 좌석을 판매하지 못하면 손해는 온전히 여행사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와 여행사 간 계약 관계가 타이트할 경우 종종 초저가 상품이 나오기도 한다"라며 "세 날짜에 출발하는데, 일정 인원이 채워지면 상품가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에는 초저가라고해도 10만원대 중후반대로 하한선이 형성됐지만 이번에는 10만원 선마저 깨졌다는 점에서 향후 덤핑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객 만족도 저하뿐만 아니라 한번 내려간 상품가는 정상가격으로 복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초저가 상품의 이면은 더욱 어둡다. '인두세'를 빼놓을 수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어느 지역은 가이드가 손님 1인당 약 3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팀을 받는다. 10명으로 구성된 팀이라면 200~300만원을 마이너스로 깔고 가는 셈이다. 가이드는 쇼핑과 선택관광으로 손해를 메꿀 수밖에 없다. 현지 업체는 주로 중국 동포가 운영하고 있어 제재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 인두세에 가짜상품 판매까지

한 랜드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공급과 수요가 얼추 비슷했지만, 현재는 공급 대비 수요가 낮기 때문에 가격을 계속 낮추는 상황"이라며 "저가상품의 경우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이드는 손실 보전을 위해 손님에게 선택관광과 쇼핑을 무리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어 만족도가 떨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중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하락해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현지에서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저품질의 쇼핑센터 방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한국인 단체 여행객을 상대로 가짜 저품질의 라텍스 제품을 판매하는 중국 쇼핑센터의 실상이 폭로되기도 했다. 태국산 천연 라텍스 상품이라며 비싸게 팔았는데, 알고 보니 중국 공장에서 대충 만든 저품질의 상품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라텍스 상품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전 지역에 걸쳐 쇼핑센터를 점검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용 샘플 하나만 잘 만들어도 품질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허점이 있어 이런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선이다. 현재 중국 여행시 인기 쇼핑 품목으로는 라텍스와 함께 차와 침향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원산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들 저품질 쇼핑센터는 주로 초저가상품에서 이용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품을 이용하는 게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중국 랜드사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쇼핑센터의 경우 한국에 물류센터까지 갖추고 문제 발생시 환불 등을 불편없이 처리해 주고 있으며, 관광객을 계속 유치해야하는 만큼 가짜 상품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김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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