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헬로" "봉주르" 둘 다 잘하면 일거양득[통신One]
캐나다 주류 사회로의 진입 위해 불어 구사 능력 필수 요소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지만, 첫발을 내딛는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캐나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것은 영어와 불어가 함께 표기된 표지판이었다.
영어도 낯선데, 불어까지 더해진 표지판은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특히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EXIT, SORTIE"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을 때, 두 언어가 함께 사용되는 캐나다의 이중 언어 정책을 실감하게 되었다.
캐나다는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로서, 이중 언어 정책을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이 정책은 1969년 공식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가 캐나다의 공식 언어로서 헌법상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인정받았다.
캐나다 내 모든 연방 기관과 주요 도시에서는 이중 언어 정책이 적용되며,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상품, 간판 등 다양한 곳에서 영어와 프랑스어가 동시에 표기된다.
뉴브런즈윅주에 살고 있는 나는 이중 언어 정책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 지역 안에서도 퀘벡처럼 프랑스어만 사용하는 지역도 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처럼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는 곳도 있어, 때로는 여기가 캐나다인지 프랑스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캐나다는 이중 언어 정책을 도입한 이후 공교육에서 영어권 학생들을 위해 불어 집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고, 공교육 내에서 사립학교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 등록을 위해 밤새 텐트를 치기도 한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도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공립학교여서 불어 집중반과 영어반으로 나뉘어 있다. 입학할 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캐나다 아이는 이미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불어 집중반을 선택하여 모든 수업을 불어로 한다. 하지만 영어 집중반도 불어가 필수 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어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 불어는 모두 다 배우게 된다.
아들은 학교에서 불어 시간이 가장 싫다고 말한다. 아직 영어도 걸음마 떼기 수준이라 복잡해 죽겠는데 불어는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쓸 수 있다는 것은 직업, 학교, 살 수 있는 지역 등에서 선택의 폭이 많이 넓어지기 때문에 필수 옵션이 될 수 있다.
캐나다에서 불어 구사 능력은 직업 선택과 비즈니스 성공에 중요하다. 퀘벡과 관련된 일이나 연방 공무원, 비행기 승무원 같은 직업을 희망한다면 필수적이다. 이민 2세, 3세대가 주류 사회로 진입하거나 정치적 경력을 쌓기 위해서도 불어는 필수다. 캐나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이중 언어 구사 능력을 기대하며, 선거 후 인터뷰에서도 항상 영어와 불어로 소통하는 것이 관행이다.
얼마 전 불어 능통자를 위한 이민과 영주권 획득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불어 구사자들이 캐나다에서의 삶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공식 이중 언어 정책을 모두가 환영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이 정책에 대한 의견이 퀘벡과 나머지 캐나다 지역 간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캐나다 레제(Léger)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3%가 공식 이중 언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18%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졌다. 퀘벡에서는 이 정책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70%로 매우 높았지만, 퀘벡 외 지역에서는 35%만 지지했다. 전체 캐나다에서 공식 이중 언어 사용이 캐나다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41%였으며, 퀘벡에서는 60%에 달했다.
캐나다의 공식 이중 언어 정책의 도입은 전국적으로나, 일률적으로 적용되어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 특정 지역에서는 불필요하게 프랑스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용과 불만이 증가해 정책 지지에 대한 반대가 높아지고 있다.
어느 정책이나 모두가 찬성하는 경우는 없다. 캐나다의 이중 언어 정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그런데도 캐나다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두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캐나다에 잘 흡수되기 위해서는 ‘헬로’, ‘봉주르’ 둘 다를 능숙하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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