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출생아도 모두 ‘강남구’로, 왜?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했지만 유독 아이들이 많은 자치구가 있다. 서울 강남구는 송파구(3만1536명)에 이어 초등학생(2만5745명) 수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에는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초등학생이 강남구로 전입했다.
24일 종로학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 알리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기준 인구 55만5932명의 강남구에는 지난해 초등학생 2199명이 순유입됐다. 순유입은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수치다.
지난해 서울에서 순유입한 초등학생 수는 양천구(685명), 서초구(423명)가 강남구의 뒤를 이었는데 강남구와는 1000명 넘게 차이가 났다. 2022년에도 강남구(1026명)는 인천 서구(2433명)의 뒤를 이어 초등학생 순유입이 많은 자치구였다.
지난해 강남구에는 초등학생 수만 증가한 게 아니다. 출생아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지난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울 강남구의 출생아 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022년보다 280명이 더 태어나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강남구에 출생아와 초등학생이 함께 증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종로학원 측은 교육적 측면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높은 교육 인프라 기대심리, 2028학년도부터 고교 내신 평가제도 변경(9등급제→5등급제)을 강남구의 초등학생수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강남구는 대치동을 중심으로 학원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데다, 향후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약화되면서 내신 경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강남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취지다.
지난해 기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1609개 학원이 있다. 이는 서울의 ‘동’ 단위에서 가장 많은 학원 수다. 강남구는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 ‘스트레스 프리존’까지 만들 만큼, 강남구 일대는 사교육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 입주로 강남구의 초등학생수·출생아수 증가를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해 강남구에는 재건축 아파트와 신혼희망타운 아파트에 1만 가구 이상 입주했다.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아이 키우는 가구의 전입도 증가한다.
게다가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결혼·출생의 계급화 현상이 출생아·초등학생의 강남구 집중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서 출생율 감소 속도가 저소득층에 비해 더디다고 보고한다. 이같은 배경에 주목해보면 최소 9억~10억원대 전세를 부담할 수 있는 부모가 강남에서 아이를 낳거나, 강남에 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강남구로의 학생 집중이 지속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부모들이 강남구의 높은 집값을 부담스러워하고, 입시 전략상 강남구에서 학원은 다니되 학교는 경기도 지역에서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구에 초등학생이 순유입되는 늘어난 최근 추세와는 반대로 중학생 순유입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의 중학생 순유입 규모는 2013∼2017년 1516명에서 2018∼2022년 922명으로 3분의 2 정도로 감소했다. 송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초등학교 때 강남에 진입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떠나는 중·고교생이 적지 않다”며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학생들의 강남 집중 현상이 심화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1121447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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