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공률 17% 기술에 3조원 투입? “CCS는 가장 억지스러운 탄소감축”
전 세계에서 수행된 ‘탄소 포집’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요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꼽고 있는 ‘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의 효율이 극히 낮을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환경연구소는 24일 ‘가장 억지스러운 기후위기해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1995~2018년 진행된 탄소 포집 프로젝트들을 분석한 결과 83%가 실패로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계획된 프로젝트의 저장용량과 실제 실행으로 저장된 용량을 비교한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는 높은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에서조차 운영을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동해가스전 CCS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수백~수천m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응축, 수송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정부는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을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태라고 보고 있다.
연구소는 특히 CCS 기술의 효율이 매우 낮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탄소 포집 설비를 모두 동원해 포집 가능한 온실가스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0.1%에 불과한 약 45MtCO2(이산화탄소 환산 메가톤) 수준으로 분석된다. 연구소는 “해외에서도 CCS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가장 비싼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를 수송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2020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누출될 경우 주변 해양이 산성화되면서 생태계 피해가 우려되고, 지진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의 CCS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탄소 포집 기술은 보령과 하동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실증 단계에 있고, 저장 기술은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이 국내 육상의 지하에 저장할 지층이 있는지 탐사했으나 적합한 곳을 찾지 못했다. 2021년 11월 산업부와 해양수산부가 서해 군산분지와 동해 울릉분지 등에 이산화탄소 저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한 내용을 발표다.
현재 정부는 2021년 말에 가스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있으며, 예타를 통과한다면 국내 최초의 ‘탄소 저장’ 실증 사업이 된다. 정부는 당초 매년 40만t씩 30년에 걸쳐 탄소를 저장하는 내용으로 예산 1조원을 들이는 내용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올해초 120만t씩 10년 동안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사업 내용을 바꿨다. 예산도 3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해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의 해양 환경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해수부가 ‘해양 CCS 중규모 실증을 위한 해양환경 평가·감시 체계 및 기반 기술 개발사업 과제’를 진행 중이지만 과제 종료 시점은 2026년말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충분한 시간 없이 동해가스전 CCS 사업이 진행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따르면 2026년부터 CCUS를 활용한 감축 목표치가 설정돼 있으며,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수행될 우려가 있다”면서 “해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초유의 개발 사업인 만큼, 사전 예방적 조치를 위해 환경영향평가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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