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드라마 데뷔작’ 화제성이 이 정도? OTT에 숙제 남긴 ‘삼식이 삼촌’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이번 화는 재미있는데, 이번 화는 뒷부분이 조금 루즈한데, 기대와 긴장을 하면서.”
배우 송강호에게 매주 평가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삼식이 삼촌’(디즈니플러스)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1960년대 전후 격동기를 배경으로 우리 현대사를 16부작 안에 녹인 드문 시도와 송강호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송강호는 2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삼식, 김산 등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잘 먹고 잘 사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삶과 이상 사이 어떤 괴리를 겪는 모습에서 2024년을 사는 우리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했다”고 자평했다. 웹툰과 웹소설 각색 일색인 드라마 시장에서 모처럼 나온 선 굵은 창작물이기도 했다. 송강호는 “우리가 늘 봐왔던 이야기가 아니라 틈새 이야기를 포착해내어 새로운 시선에서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독창성이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장점에도 방영 내내 화제성이 약해 ‘삼식이 삼촌’은 극 중 인물들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었다. 평론가 등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영화인들이 오티티 드라마를 만들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이 드라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말한다. ‘삼식이 삼촌’은 영화‘동주’ 각본가이자 ‘1승’연출자인 신연식 감독이 대본을 집필하고 연출도 했다.
먼저 구성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2시간 영화를 러닝타임만 늘려놓은 듯한 전개가 거론된다. ‘삼식이 삼촌’은 경제인, 정치인,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 옆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략가인 사일개발 박두칠(송강호) 사장이 내무부 소속 김산(변요한)과 손잡고 국가 재건을 꿈꾸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3∙15 부정선거부터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까지 다양한 사건이 등장하고 수많은 인물이 관계를 맺는 복잡한 구조인데 16회 내내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는 매 화 사건이 쌓이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해야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체 16부에서도 클래이맥스가 없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이야기가 조금씩 진전은 되지만 ‘방첩대 조사와 사건 발생 과정 회상’ 구성을 매 화 반복하면서 제자리걸음을 걷는 착시를 일으키고 이것이 지루함을 유발해 시청자와 공감대 지속에 실패한 점이 아쉽다”고 짚었다.
이야기가 나아가지 못하면서 인물들의 갈등과 성장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삼식이 삼촌이란 ‘별 볼 일 없던’ 인물이 힘 있는 자들을 쥐락펴락하는 흥미로운 설정이 제 매력을 다 뽐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 교수는 “극적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박두칠의 캐릭터는 복잡미묘한데 16부 내내 큰 변화가 없어서 매력적이지 않고, 김산과 그의 연인이자 능동적인 여자 주인공 주여진(진기주)은 갈등을 통해 ‘성격’ 변화가 아닌, ‘역할’ 변경에 그치며 한계에 봉착했다”고 했다. 송강호는 이런 평가들에 대해 “그런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드라마와 달리 방대한 인물과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애초 10부작으로 제작된 것을 16부작으로 늘린 것을 두고 오티티 상업 논리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즈니플러스는 오티티 특유의 전체 공개 대신 방영 첫 주에 몇회를 내보내고 이후 매주 2편씩 공개해 화제성을 이어나가면서 구독자를 모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빙’을 오티티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16부작으로 선보여 구독자 늘리기에 성공했던 디즈니플러스가 이 드라마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삼식이 삼촌’은 5~8부작 정도로 압축해도 될 내용인데 이를 되레 16부작으로 늘린 게 문제 같다”며 “결국 회차를 늘려 구독자를 늘리려는 상업적 논리가 드라마에 피해를 준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문제는 2022년 이준익 감독의 6부작 드라마 ‘욘더’(티빙) 등 영화감독이 오티티 드라마에 앞다투어 뛰어들면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삼식이 삼촌’처럼 더 많은 영화인들이 오티티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시점에서 영화의 제작∙연출 문법을 드라마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다시 나온다. 박찬욱 감독의 미국드라마 ‘동조자’와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등 영화감독들이 만든 성공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회차별 구성과 사건 빌드업의 묘미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오티티 드라마를 연출했던 한 영화감독은 “드라마를 영화와 같은 구조로 생각했었는데 서사와 재미를 모두 가져가면서 매 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야 하는 드라마는 절대 영화가 아니더라”고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오티티 시대에 영화와 드라마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연속극인 드라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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