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피해회복’ 멀었는데…사기꾼 ‘범죄은닉금’ 발견해도 몰수·추징 어렵다
“부패재산몰수법서 규정된 몰수·추징 대상 범위 더욱 넓혀야”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불법 유사수신업체로부터 수천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범죄 피해금을 회수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부패재산몰수법 적용에서의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법적 미비’ 탓이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기 범죄자가 숨겨 놓은 범죄수익이 형이 확정된 이후 적발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에 관해 추가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는 부패재산몰수법에 정의된 ‘부패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몰수나 추징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법조계에선 부패재산몰수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법조비리 사건인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난 ‘이숨투자자문’ 사건은 ‘해외선물 투자를 통해 매달 2.5%에 이르는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이다. 이 업체의 대표 송창수 씨는 2015년 3월부터 8월까지 투자자 2990여명으로부터 약 1381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13년을 확정받았다. 복역 중이던 송씨는 같은 해 11월에도 ‘리치파트너’라는 불법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해 2014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투자자 1900여명에게서 약 82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4년을 추가 확정받기도 했다. 다만 당시 법원은 송씨가 편취한 금원에 대해 별도로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이숨투자자문 사건을 비롯한 송씨의 사기 혐의 관련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송씨는 현재 이숨투자자문 및 리치파트너 사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금으로 충북 청주시에 대형 펜션을 조성한 뒤 이를 가족 또는 연인 등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송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현재 송씨가 숨겨 놓은 11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은닉금이 형 확정 이후 발견되고 2022년 4월 추가 기소가 이뤄졌음에도 이에 대한 몰수나 추징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검찰도 지난 4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송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몰수·추징을 구형하지 않았다.
반면 송씨가 투자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범죄수익금을 각각 20억원, 10억원씩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숨투자자문 소속 직원 김모 씨와 권모 씨의 재판에선 추징 선고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횡령 범행의 피해자가 형식상 송씨이지만, 그 피해금원은 실질적으로 이숨투자자문 등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에게 반환되거나 손해배상돼야 할 재산”이라며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 등에 따라 이들이 횡령한 금액에 대한 추징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배경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가 횡령죄와 같은 기타 범죄와는 달리 부패재산몰수법상 ‘부패범죄’로 규정되지 않은, 이른바 ‘입법 미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패재산몰수법은 제6조에서 범죄피해자가 ‘부패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각하게 곤란할 경우 몰수·추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같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패범죄’에는 사기죄나 횡령·배임죄 등만 포함돼 있을 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죄’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부패재산몰수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사기 범죄자의 범죄수익은닉금이 추가 적발되더라도 몰수·추징 선고가 요원한 셈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수익의 효과적인 몰수 및 추징을 위해 부패재산몰수법 적용 범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장검사 출신인 안희준 법무법인 백송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은 지난 2022년 범죄수익금 몰수가 공소제기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며 “몰수·추징은 형벌이라서 공소제기된 범위 외로 범죄수익금 몰수가 이뤄지면 이중형벌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변호사는 “범죄수익 혐의와 같은 새로운 범죄가 밝혀지면 몰수·추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현행 부패재산몰수법에서 규정된 몰수·추징 대상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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