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 산산히 조각"···동두천 조합아파트 수백명 300억 대 피해

동두천=이경환 기자 2024. 6.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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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송라지구디자인시티 협동조합 피해 대책위 구성
저렴한 분양가, 계약 안심보장 증서 등으로 현혹
피해자 대부분 고령층···지난해 조합 사무실도 폐쇄
지자체 차원 보상안 마련 '난항'···새 사업자 지주택 제안
피해자 "협상 테이블 마련 해 보상안 협의 나서야"
동두천 지역 협동조합 피해자가 시청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경제]

“평생 모은 3000만 원으로 결혼을 앞둔 자식 집 한 채 마련하려다 돈 한 푼 못 건지게 생겼습니다. 집 값의 10%만 내면 8년 뒤 저렴한 값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전모(71) 씨는 지난 2018년 작성한 협동조합 분양 계약서를 취재진에 들이밀며 한 숨을 내쉬었다. 계약서에는 총 3000만 원을 납부하면 8년 동안 거주하고, 8년 뒤 3.3㎡ 당 600만 원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층수와 면적도 선택할 수 있는 데다, 8년 간 10만 원대 임대료만 내면 내 집처럼 살 수 있다고 홍보했다.

특히 이들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행정용역비를 포함해 조합원이 부담한 전액을 반환할 것”이라는 계약 안심보장 증서도 작성해 계약자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당시 동두천시 대다수 아파트들이 노후한 상태에서 새 아파트를 안전하고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젖은 전 씨처럼 지역 토박이들은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등지에서도 계약자들이 몰렸다. 일부 계약자들은 가족들까지 끌어 들여 한 집에서만 6채를 계약하기도 했다.

이지은(가명, 68) 씨는 “조건이 너무 좋고 대형 건설사가 집을 짓는다는 말에 친정은 물론 이웃집들까지 끌어 들여 계약했는데 명절 때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쳐다 보지 못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두천시가 직접 나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피해 조합원만 500명 300억 대 피해···구제는 ‘난항’

상황이 이렇지만 사업을 추진해 온 송라지구디자인시티협동조합은 추진이 어려워지자 그나마 있던 조합 사무실도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조합원만 500명 대로, 피해 금액은 3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합 측과는 연락도 닿지 않아 보상을 받을 길은 막막한 실정이다. 안심보장 증서도 조합 명의로 작성돼 효력이 없는 휴지 조각이 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60~70대로,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보니 ‘곧 착공한다’는 조합 측에 말과 소식지를 고스란히 믿고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송라지구디자인시티협동조합 대표 등 관계자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동두천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두천시는 보상안 마련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개인 간의 거래로 인한 피해 금액을 세비로 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은미 송라지구 피해자 모임 부위원장은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내 준 동두천시는 손을 놓고 있다”며 “시가 보상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새로운 사업자와의 협상 테이블이라도 제대로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은경 동두천시의원도 “민간 주도 사업이 무산됐을 때 지자체가 보상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데다 피해 금액을 복구하기는 더욱 더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새로운 사업 시행자가 나타났고, 동두천시민이라도 일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도록 동두천시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 집 마련 꿈 이어갈 구제책 마련 시행사 지원 적극 나서야

다만 현행 주택법 상 일반 분양의 경우 청약 대상자들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라고 해도 특정인에게 금전적인 복구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이 부지에 대한 공동주택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A시행사도 피해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런 법 적 제재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에 시행사 측은 법적 자문을 거쳐 올 1월 동두천시에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 피해자를 복구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했고, 지난 5월 모델하우스 매입 및 건설사 선정 등 적극적인 선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동두천시는 한번 실패한 협동조합과 유사한 지역주택조합개발로 인한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와 현재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물은 상태”라며 “무조건 부정적인 입장이기 보다 안전한 구제책을 마련해 온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인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조합의 피해 금액을 복구할 의무가 없음에도 동두천시의 요청에 따라 대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사업방식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조합 사업은 토지 확보도 안된 데다 사업계획승인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다 보니 위험하고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현재 우리는 이미 90%의 토지를 확보했고, 관련 절차도 거친 현장인 만큼 더 이상의 안전한 구제 방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결성한 조합원으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에 근거한 조합원 공개 모집이 이뤄지지 않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부족하나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으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동두천시가 지원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두천=이경환 기자 lk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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