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 구별하기
'이로 인해'는 '어떤 현상이나 사실로 말미암아'란 뜻으로 글의 전개에서 원인이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날 때 쓰는 말이다. '이에 따라'는 인과관계의 결속력이 약하다. 앞뒤 문장이 인과관계라기보다 동어반복에 가깝다.
“정부가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임대소득 연 2000만 원 이하 수십만 은퇴 생활자의 세 부담을 원안보다 70~90%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월 100만 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은퇴자의 세 부담은 원안(92만 원)에서 80% 가까이 줄어든 연 17만 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세금에 따라 자산 이득이 급변하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집주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반복된다. 예전에 있었던 ‘2·26 임대시장 선진화 대책’도 그중 하나였다.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주택시장이 불안한 봄 이사철에 이를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역풍을 맞았다. 결국 보완 대책이 나오게 됐다.
‘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
이를 전한 한 언론 보도 문장엔 주목할 만한 표현이 들어 있다. ‘이로 인해’가 그것이다. 이 말이 어색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따라’가 좀 더 적합한 말이다. 이들을 구별해 써야 고급 한국어 구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와 ‘이에 따라’는 비슷한 듯하지만, 논리적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이로 인해’는 ‘이로 말미암아’란 뜻이다. ‘인(因)’이 ‘말미암다’로 새기는 글자다. ‘말미암다’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정치적 음모로 말미암아 사건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대도시에서 스모그로 말미암아 많은 시민이 사망했다”처럼 쓴다.
‘말미암아’ 자리는 ‘인해’와 등가로 대체된다. ‘-로 말미암아’ 대신 ‘때문에’를 써도 된다. 즉 ‘이로 인해’는 ‘어떤 현상이나 사실로 말미암아’란 뜻으로 글의 전개에서 원인이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날 때 쓰는 말이다. “불면으로 인해 얼굴이 초췌해졌다/장마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크다”처럼 써야 제격이다. ‘-로 인해’ 대신에 ‘-에 따라’를 넣으면 어색하다는 게 드러난다. 한자어 ‘이로 인해’ 대신에 순우리말 ‘이로 말미암아’ ‘이 때문에’를 잘 활용하면 글쓰기에서 더 풍성하고 매끄러운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는 더불어 일어나는 것
반면 ‘이에 따라’는 인과관계의 결속력이 약하다. 앞뒤 문장이 인과관계라기보다 동어반복에 가깝다. 이 용법을 알기 위해선 동사 ‘따르다’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에 따르다’ 꼴로 쓰이는 이 말은 ‘~와 더불어 일어나다’와 ‘~에 의거하다’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개발에 따른 공해 문제’나 ‘증시가 회복됨에 따라 경제도 활력이 커졌다’ 같은 데 쓰인 ‘따르다’는 ‘더불어 일어나다’란 의미다. 순우리말 ‘더불다’가 같이하거나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따르다’의 특징은 ‘인하다’와 달리 인과관계가 그리 명료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발과 공해’, ‘증시 회복과 경제 활력’은 ‘원인-결과’로 나타나기보다 더불어 일어나는 것에 가깝다.
이제 맨 처음 예문에서 접속부사 ‘이로 인해’가 왜 어색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골자만 추리면 “정부는 세부담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부담은 A에서 B로 낮아진다”이다. 이때 앞뒤 문장이 원인-결과로 읽히면 ‘이로 인해’로 연결하면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같은 말의 변형된 형태로 보인다. 세 부담이 낮아지는 게 어떤 이유나 원인에 의해서라기보다 정부 움직임과 더불어 일어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에 따라’로 써야 자연스럽다.
오류는 다양하게 나온다. 반대로 ‘이로 인해’로 연결할 곳을 ‘이에 따라’로 하는 경우도 있다. “20여 년 가까이 우리나라는 장기 비전, 전략 없이 갈팡질팡하는 국가가 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의 대내외 대응력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장기 비전이 없는 것’과 ‘국가경쟁력 저하’ 사이에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니 여기야말로 ‘이에 따라’가 아니고 ‘이로 인해’를 써야 할 자리다. 이를 ‘이로 말미암아’라고 써도 된다.
동사 ‘따르다’는 이 밖에 ‘사용 목적에 따른 분류’나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처럼 ‘의거하다’란 뜻으로도 쓰인다. ‘의거하다’는 ‘어떤 사실이나 원리에 근거하다’란 뜻이다. 요즘도 옛날 말투로 ‘이에 의거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줄인 게 ‘이에 의해’다. 여기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이에 따라’다. 이런 데서도 한자어보다 고유어 표현이 훨씬 우리 입에 익고 친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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