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아프리카 밀림을 돌며 경험한 신비한 삶

2024. 6. 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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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Getty Images Bank


모든 문학작품은 작가의 체험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 1899년 조셉 콘래드가 발표한 <암흑의 핵심>은 체험 없이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작품이다. 실제로 조셉 콘래드는 1874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 상선의 선원이 되었다. 27세에 1등 항해사가 된 콘래드는 29세에 영국으로 귀화했고, 33세에 선장 자격으로 기선을 타고 아프리카의 콩고강을 항해했다.

조셉 콘래드는 8세 때 어머니를, 12세 때 아버지를 잃은 후 고생을 많이 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 20여 권의 소설을 남겼다. 콘래드는 <자전적 기록>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어린 시절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각별한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회고했는데, 1890년 그 꿈을 실현하러 나섰다. 콘래드는 콩고에서의 독특한 체험을 극화해 인류에게 <암흑의 핵심>이라는 명작을 선물했다.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아 수탈을 일삼던 시절, 콩고 체험은 콘래드에게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콘래드는 삶과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졌으며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암흑의 핵심>은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지옥의 묵시록>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암흑의 핵심> 무대가 콩고 밀림이라면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쟁을 다루었다. <암흑의 핵심>이 순진무구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수탈한 제국주의를 간접적으로 고발했다면,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이 개인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생함과 위대함이 교차하는 소설

<암흑의 핵심>은 170페이지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묵직한 울림을 안기는 소설이다. 소설의 서술자 ‘말로’가 함께 배를 탄 사람들에게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는 내용으로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아프리카의 벨지엄령인 콩고, 그곳으로 어느 회사 기선의 선장으로 취직한 젊은 시절 말로가 항해를 시작한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콩고강 상류의 오지로 배를 몰고 가서 주재원 커츠를 데리고 오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다.

그 뼈대에 붙인 살이 체험으로 인해 매우 생생하다는 것이 이 소설을 명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1800년대 중반, 아프리카까지 가는 기선은 고장이 잦다. 선장도, 함께 항해하는 선원들도 실력이 신통찮아 아슬아슬하다.

대자연 속에서 순수한 삶을 살던 아프리카 사람들은 총을 앞세우고 침범한 정복자들에게 속수무책 무너지고 만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목적은 하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콩고를 점령한 이들이 노린 노획물은 코끼리 상아. 문명사회로 갖고 가면 엄청난 돈으로 바뀌는 상아를 얻기 위해 남의 나라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침략한 것이다.

<암흑의 핵심>을 보면 아프리카 사람들만 수난을 당하는 게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아프리카로 파견 나온 주재원이나 선원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다 죽어나가기 일쑤다. 말로 역시 온갖 고생을 하며 오지 중 오지에서 가장 많은 상아를 수집하는 일급 주재원 커츠를 찾아 나선다.

여러 생각 포인트를 남긴 스토리

커츠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말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그가 ‘신(神)’의 경지에 올랐음을 알고 놀란다. 원주민들조차 그를 경배하는 기이한 상황에서 커츠와 마주한 말로는 자신도 어느 순간 그에게 경도되었음을 깨닫는다. 커츠는 죽어가면서도 “마치 자기 앞에 있는 모든 공기, 모든 땅, 모든 사람을 삼키고 싶어 하는 듯한 으스스할 정도로 탐욕스로운 모습”을 내뿜는다. 비몽사몽간에 “나의 약혼녀, 나의 상아, 나의 주재소, 나의 강”이라며 읊조리는 모습에서는 애잔함과 함께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이 들게 한다. 문명을 앞세워 아프리카를 침범한 국가의 일개 국민인 커츠는 신처럼 군림하며 최고의 상아 수집가가 되었지만 끝내 정신이 피폐해졌고, 종국에는 “무서워라! 무서워라!”를 외치며 세상을 떠난다.

이근미 작가

커츠의 신비로운 명성에 심취된 사람들의 심리 상태, 무작정 당하면서도 복종하는 식민지 사람들, 그 어떤 명분에도 수탈자일 뿐인 정복자들, 커츠가 죽은 뒤 하나같이 욕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 군상에 대한 여러 마음을 갖게 만든다. 험난한 항해와 신비한 기운 속에서 개인과 국가, 선과 악, 운명과 문명 등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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