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보다 잘 빠졌다…한미약품 비만약 "3주만에 체중 40% 감소"
한미약품의 차기 비만신약 후보물질 'HM15275'이 비만약 열풍을 일으킨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해당 물질 관련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했다. 비만약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미약품의 차기 비만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달 중순 미국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인 HM15275의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뒤 약 한 달 반 만이다. 한미약품은 내년 상반기까지 건강한 성인과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HM15275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HM15275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돼 있고,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분비와 감수성을 개선해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약리학적 이점을 향상시키는 한편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 이 작용제의 일반적인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글루카곤은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와 지질 대사 조절에도 관여한다. 이 세 가지 약리작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쥐 대상으로 3주간 투여했을 때 체중이 40% 가까이 감량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기존 비만약 효과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미약품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최된 미국당뇨병학회(ADA 2024)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식이유도 비만 쥐(DIO MICE)에 HM15275를 단회 피하투여했더니 3주 뒤 체중이 39.9% 감소했다. 같은 방식의 연구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15.0%,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퍼타이드)'가 25.3%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 대비 상당한 성과다.
한미약품은 학회에서 HM15275가 쥐 모델에서 운동 불내성, 심장 비대·섬유증을 크게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 대비 고혈압 매개 심장 손상에서 강력한 심장 보호 효과가 있고, 신장 손상과 섬유화를 더 효과적으로 개선했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이에 비만당뇨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줄리오 로젠스톡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교수가 한미약품의 포스터 발표를 참관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외 학회 참여자들도 HM15275의 우수한 체중 감소 효능에 놀라움과 함께 임상 개발이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기업설명회에서 HM15275 관련 "지난 1월 진행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부터 기술이전 논의가 상당히 많았다"며 "체중 감소 효과뿐 아니라 근육 손실 방지는 효과를 보이는 병용 요법(미공개)도 준비 중으로 향후 경쟁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장기 지속형 GLP-1 제제의 비만 신약 후보 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과도 기대된다.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자체 개발 신약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2026년 상반기까지 임상시험을 하고 향후 3년 내에 국내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세계 비만약 시장 규모는 올해 148억3000만달러(20조1100억원)에서 연평균 31.5%씩 성장해 2030년 772억4000만달러(104조7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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