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아닌 우기(?)... 달라진 장마 패턴에 유통가 전략도 바뀐다

김민우 기자 2024. 6. 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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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이른 장마가 시작되면서 유통업계가 분주해졌다. 특히 올해는 장마 시작이 빨라지고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여름 내내 기습 폭우가 자주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업계도 관련 제품 준비에 나섰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제주에 장마가 시작되고 전날부터 남부지방도 장마 전선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20일 제주에는 22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6월 일강수량이다.

과거에는 장마가 6월 말부터 한 달가량 이어졌고 1년 강수량의 3분의 1 정도의 비가 내렸고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찾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거나 마른장마가 찾아오기도 하는 등 과거의 장마와 달라졌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두 세차례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장마 기간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우기'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상청도 2009년부터 장마의 시작과 종료에 대한 예보를 중단했다.

하지만 비가 오는 일수는 많아지고 비의 양도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 3년간 6~7월 장마 기간의 강수일수는 2021년 21일에서 2023년에는 31.7일이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2019년 1184.4mm에서 지난해 1740.3mm로 지난 5년 새 46.9% 증가했다.

예전 같았으면 편의점 업계는 장마 기간이 되면 비수기로 접어든다.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방문 고객 수 자체가 줄어드는 탓이다. 이 때문에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는 기간을 대비해왔다. 이 기간은 맥주, 빙과류 등은 물론 나들이 물품이 가장 잘 팔리는 편의점업계 최대 성수기다.

하지만 최근 장마기간이 특정되지 않고 여름 내내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거나 무더위가 찾아오는 날이 반복되면서 전략을 바꿨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 '우산'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비가 오는 시기 그나마 수요가 높은 상품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다. CU는 업계 '최저가'로 승부수를 띄웠고 GS25는 '디자인'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CU는 장마철에 대비해 해외 직소싱을 통해 55cm 비닐우산 2종(퍼플, 그린)을 5000원에 판매한다. 업계 최저가라는 게 CU의 설명이다. GS25는 기존 검은색과 투명색 우산이 아닌 베이지색과 카키색 우산을 출시한다. '우산도 패션'이라는 콘셉트다.

홈쇼핑 업계는 변화무쌍한 기상 상황을 반영해 레인부츠와 제습기 등의 장마특수 제품 판매시기를 예년보다 한달 가량 앞당겼다. 작년에는 6월1일부터 14일사이에 제습기 방송을 1회만 진행한 반면 올해는 제습기는 물론 레인부츠, 음식물 처리기까지 관련 상품의 방송만 총 13회 진행했다. 올해 6월 레인부츠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 이상 늘었다

통상 비오는 날 유동인구가 줄어들게 되는데 소비자들을 야외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은 아예 '장마'를 콘셉트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신세계 사이먼은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센트럴스퀘어에 4m 높이의 초대형 헌터 레인부츠 조형물을 세웠다. 온실하우스 형태의 팝업스토어 내부에는 레인부츠를 전시했다.

e커머스 업계도 장마철 관련 상품을 두고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온은 헌터 레인부츠, 크록스 레인샌들과 제습기 등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쇼핑은 이달 26일까지 여름 계절 가전인 냉방, 제습기기 등을 할인 판매하는 '메가디지털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패션업계도 장마철 수요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패션 플랫폼 W컨셉은 바캉스, 장마 시즌 관련 상품 매출이 급증하면서 장마에 맞는 옷차림을 제안하는 '컨셉위크' 행사를 진행한다. W컨셉이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최근 2주간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바캉스룩, 장마룩 등 시즌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29CM는 이날부터 2주 동안 장마철 필수품을 최대 71% 할인하는 기획전을 연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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