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업무상 질병 심사 평균 7개월... "선보장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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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사고로 부상을 입으면 산업재해 처리에 평균 16.5일(2023년 기준)이 걸린다.
고용부는 해당 문제를 비롯해 업무상 질병 기준, 산재 처리 장기화 등 포괄적인 문제를 놓고 올해 1월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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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질병, 7년 새 처리 기간 58%나 늘어
전문가 "처리기한 명시하고 추정의 원칙 확대"
고용노동부, 올 1월 TF 출범해 제도 개편 논의
일하다 사고로 부상을 입으면 산업재해 처리에 평균 16.5일(2023년 기준)이 걸린다. 반면 유해 물질, 소음, 반복 작업 등 여러 이유로 직업병 발병이 의심될 때 산재를 신청하면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7개월, 심하면 수년이 소요된다.
소요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질병 재해 처리 기간은 2017년 평균 149.2일에서 올해 3월 기준 235.9일(약 7개월 23일)로 7년 새 58% 증가했다. 업무 환경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따지는 게 어려워서다. 문제는 긴 산재 처리 기간 동안 생활고에 시달려 제대로 된 치료도 받기 힘든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이에 24일 국회에서 양대노총 주최로 열린 '산재보험 60주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산재 처리 기간이 매년 증가하고 신청 건수도 급증하는 실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산재 노동자의 신속한 치료와 보상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선보장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심사 기간 동안 우선 치료비와 생계비를 보장하고, 이후 산재 불승인 결과가 나오면 받은 급여를 반환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60년간 산재보험은 보장성을 넓혀왔다. 1964년 첫 도입 때만 해도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광업·제조업 임금근로자만 대상이었다가, 이후 자영업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으로 확대했다. 재해 보상 범위 역시 업무상 재해에서 1982년 업무상 질병, 2018년 출퇴근 재해로 넓어졌다.
그럼에도 보장범위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제자로 나선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 사업주와 자영업자는 제도적 보호대상이지만 임의(자발적) 가입 대상이라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농림어업 외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률은 1% 미만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자영업자 등 비임금 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이 당연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동희 일과사람 공인노무사는 산재 인정기준과 처리 절차와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직업병 산재 판정 관련, 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별로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북부 판정위 인정률은 72.2%, 경남은 53.3%였다. 특히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 산재의 경우 인정률이 서울남부 73.7%에 비해 부산 30.0%, 경인 34.6%로 편차가 더 컸다.
권 노무사는 이는 판정 시스템이 비일관적이라는 방증이며 '어느 지역의 어떤 위원이 참여하냐'에 따라 운에 결과를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판정위원 능력 제고, 판정위 심의안 공개, 판정 기구 독립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판정위는 공단 지침 등 직·간접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나 국무총리실 산하 독립 기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권 노무사는 산재 처리 기간이 장기화되는 추세에 대해서도 "업무상 질병 사건의 처리기한을 법정으로 명시하고 '추정의 원칙' 대상 사건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정의 원칙이란 작업 기간과 위험요소 노출량 등 일정 기간을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직업병을 인정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입증 책임 완화와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해 도입됐다.
다만 지난 정부 때인 2017년 12월 도입된 '산재 추정의 원칙'을 두고는 노사 이견이 큰 상황으로, 경영계는 전면 재검토 및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부는 해당 문제를 비롯해 업무상 질병 기준, 산재 처리 장기화 등 포괄적인 문제를 놓고 올해 1월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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