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선물한 칠곡 주민들...6·25 유족은 성심당 빵으로 보답했다
주민들 “명예주민 되어달라” 권해
경북 칠곡군의 한 마을 주민들이 6·25 참전 용사의 유족을 위해 농산물을 보내자 이번엔 유족들이 선물을 들고 마을을 찾았다.
24일 칠곡군에 따르면 전날 가산면의 응추리 마을회관에서 고(故) 김희정 육군 중위의 조카들인 김국식(73)·김민경(66)·김창식(64)씨 삼남매가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20일 주민들이 유족들에게 쌀과 마늘, 감자 등 농산물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응추리 주민들은 6·25 전쟁 당시 가산~팔공산 전투에 참전해 응추리 야산에서 27세로 전사한 김 중위를 추모하고자 마을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을 유족들에게 보냈다.
농산물을 받은 유족들도 “우리도 뭔가 해 드리자”라며 뜻을 모았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민경씨는 대전의 명물 빵집인 성심당에서 구매한 답례용 선물 상품을 양손 가득 들고 왔다. 김씨는 “응추리 주민 분들이 농산물을 선물했으니, 저도 제가 사는 대전 지역 명물로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창식씨는 농번기에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박카스와 비타민 음료 9박스를 준비했다.
이에 질세라 응추리 주민들도 씨암탉을 잡아 유족들에게 점심 식사로 대접하고, 칠곡군의 특산물인 꿀을 선물했다. 김씨가 “삼촌이야 응추리에서 싸우셨다지만, 저희 유족들이 귀한 농산물을 받아도 될지 황송하다”고 하자, 응추리 주민들은 “(김씨가)시료를 제공한 덕분에 우리 마을 영웅을 알게 됐다” “유족들이 와주신 것도 선물이다”라고 맞받았다.
이날 유족들과 응추리 주민들은 유해 발굴 현장을 찾아 김 중위를 잠시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3시간 정도의 만남을 가진 뒤 유족들은 주민들과 작별했다. 이종록(60) 응추리 이장이 “유족들을 응추리 명예 주민으로 위촉해 앞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자 김국식씨 등 유족들이 동의하며 “앞으로 가족처럼 이웃처럼 잘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응추리 주민들이 추모한 김 중위는 지난 1950년 9월 백선엽 장군이 이끌던 육군 1사단 15연대 소속으로 북한군에 맞서 분전하다 전사했다. 김 중위의 유해는 전사한 지 72년 뒤인 2022년 9월 응추리 야산에서 발굴됐고, 유족 김창식씨가 제공한 유전자 시료를 통해 신원이 확인되면서 지난 1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씨는 “주민들의 마음에 크게 감동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며 “많은 분들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해 산야에 묻힌 호국 영령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응추리 주민들은 멀지 않은 시기에 유족들을 다시 초청해 명예 주민증을 전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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