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주도권 잡으려면 뭉쳐”···경쟁과 동시에 협력하는 빅테크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이를 적용한 서비스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라이벌 관계인 빅테크 기업끼리 손을 맞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AI를 둘러싼 각축전이 ‘의외의 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을 키우는 셈이다.
애플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메타)이 메타의 생성형 AI 모델을 애플의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에 통합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애플이 연례 새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의 모든 기기에 적용되는 AI 시스템이다.
생성형 AI 후발주자인 애플은 자체 AI 모델을 개발했지만, 보다 복잡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위해 타사 모델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첫 번째 파트너가 됐다. 애플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은 AI 개발사들과의 협상에서 어느 쪽도 다른 쪽에게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I 개발사들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AI 무료 버전을 제공하는 대신, 유료 프리미엄 구독권을 판매할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하는 것과 같이 자사 기기에서 발생한 구독 수익 일부를 가져가게 된다. 애플이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을 통해 AI 모델 이용과 소비를 촉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애플과 메타가 오랜 앙숙관계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협업 시도는 더욱 눈에 띈다. 두 기업은 특히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두고 충돌해왔다. 애플은 메타가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해 돈벌이를 한다고 저격했다. 메타는 애플의 앱 생태계 지배력이 너무 강하다며 폐쇄성을 비판했다. WSJ는 “두 기업의 논의는 AI 시대에 주요 기술기업 간 형성되기 어려워 보였던 동맹을 부각시킨다”면서도 “논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미나이를 보유한 구글과 애플 역시 10년 넘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로 경쟁해온 사이다.
이미 애플과의 협력을 공식화한 오픈AI는 애플의 또 다른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MS는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8조원) 넘게 투자한 최대 주주다. 오픈AI와 애플의 협업 발표 이후 ‘원조 동맹’에 균열이 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MS 역시 메타,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양쪽이 동맹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애플과의 협력으로 오픈AI 기술 사용량이 늘어나면 오픈AI에 독점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폐쇄형 전략을 펴는 오픈AI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동맹도 존재한다. 지난해 메타와 IBM은 개방형 AI 모델을 추진하는 ‘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지난 4월 카카오가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하는 등 기업·기관·대학 등 100여곳이 참여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AMD, 구글, MS, 인텔 등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시장 점유율 1위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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