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m 간격의 23개 눈금...구석기 ‘눈금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6. 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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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주변에서 흔히 굴러다니는 손바닥만 한 자갈돌이다.

길이 20.6cm, 너비 8.1cm, 두께 4.2cm. 이 돌엔 희한하게도 4mm 간격의 23개 눈금이 새겨져 있다.

25일부터 열리는 국립청주박물관 올해 첫 전시이자 특별전 '기록, Map of You' 이 돌의 정체를 묻는 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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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눈금 돌’ 용도가 뭘까요

청주박물관 특별전 ‘기록···’(고딕)

4mm 간격의 23개 눈금

사냥 동물·인원수 등 가설

관객 생각 묻는 코너도

2014년 단양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 눈금 돌. 23개의 눈금이 4mm 간격으로 새겨져 있다. <국립청주박물관>
남한강 주변에서 흔히 굴러다니는 손바닥만 한 자갈돌이다. 길이 20.6cm, 너비 8.1cm, 두께 4.2cm. 이 돌엔 희한하게도 4mm 간격의 23개 눈금이 새겨져 있다. 그 옆엔 희미하게 8개, 12개의 눈금도 새겨져 있다. 2014년 충북 단양 수양개 구석기 유적지에서 출토된 돌이다. 이 돌이 발견된 3문화층(중기구석기)의 절대연대를 볼 때 약 3~4만년 전의 유물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인 셈이다.

이 돌과 함께 출토된 유물은 구석기 시대 대표 유물인 돌날, 슴베찌르개 등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남긴 석기다. 눈금돌을 만든 주인공도 호모 사피엔스인 셈이다. 이 돌의 정체는 무엇일까.

25일부터 열리는 국립청주박물관 올해 첫 전시이자 특별전 ‘기록, Map of You’ 이 돌의 정체를 묻는 말에서 시작한다. 학계에선 몇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규칙적인 눈금이 수나 단위 등 숫자 개념을 기호화한 것이라는 설이 첫째고, 사냥한 동물의 숫자나 집단의 인원수, 날짜 등을 세는 도구라는 가설, 보름 단위의 달력이라는 가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발견된 지 10년 동안 그 어느 것도 유력한 설로 인정되지 못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전시는 관람객들의 생각을 직접 묻는다. 눈금 돌 옆에는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도록 눈금이 새겨진 모형 돌이 있고 그 옆에는 타원형의 카드 종이가 놓여 있다. 관람객 자신의 생각을 적어 가져갈 수도, 벽에 걸 수도 있다. 이처럼 전시는 과거 유물과 관람객의 생각을 한 묶음처럼 연계시켜나간다. 보통 유물을 모두 관람한 다음 전시장 끄트머리에 체험 코너가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물 곳곳에 관람객의 생각과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연필과 우체통이 곳곳에 배치된 이유도, 전시명이 미술관인듯 싶은 ‘너의 지도’라는 점도 여느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세종대왕 태실도 눈길을 끈다. 기증 당시에는 연꽃 석상 무늬로 불교 유물로 알려졌지만 유물 정리 과정에서 왕실의 태를 보관한 태실로 확인됐고 청주박물관 전시 중 한 전문가의 연구로 세종대왕 태실임이 밝혀졌다.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위해 무덤에 넣은 ‘단산오옥 먹’(보물)과 ‘제숙공처명 젓가락’도 전시에 나왔는데 아들과의 카톡 창을 영상으로 형상화해 울림을 준다. 아들이 나가고 없는 빈 카톡방에는 “아들아, 아들아 그곳에서 행복한가. 넌 참 좋은 아들이었다”는 어머니의 회한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은 24일 “재밌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며 “이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채워야 하기에 어느 측면에선 미완성”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일본에서도 교류전으로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청주=이향휘 선임기자

눈금돌 모형을 직접 만져보고 무엇인지를 직접 상상해 적어보는 코너. <이향휘 기자>
국립청주박물관 ‘Map of You’전 초입부에 놓여진 구석기 시대 ‘눈금 돌’. <국립청주박물관>
세종대왕 태실로 이건희 기중품. <국립청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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