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막아야 한다” vs “계속해야 한다”

김지호 2024. 6. 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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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0일 밤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전단 30만장, 드라마와 트로트 등의 동영상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3000장을 20개의 대형애드벌룬으로 북한에 보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민 단체가 지난 2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데 이어 22일에는 또 다른 단체가 쌀과 1달러 지폐 등을 넣은 페트병 200개를 북쪽으로 방류했다. 북한은 20일 살포된 대북전단을 문제 삼으며 ‘오물 풍선’으로 맞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남북 간 긴장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단체 ‘큰샘’이 지난 7일 오전 북한으로 보낸 쌀 500㎏이 담긴 페트병. 큰샘)
◆국민 10명 중 6명 대북전단 살포 ‘막아야’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일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정부가 막아야 한다’는 답변이 60%를 차지했다. ‘막아선 안된다’는 30%로 나타났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묻는 질문엔 60%가 ‘위협적이다’, 36%가 ‘위협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엔 55%가 ‘잘한 일’, 32%는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갤럽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관한 생각은 오물풍선 위협성 인식보다 정치적 태도에 따른 차이가 컸다”며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자, 국민의힘 지지자의 약 80%, 보수층의 73%가 ‘잘한 일’로 봤고 대통령 부정 평가자와 야당 지지자, 진보층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으로 보낸 달러(2000달러)와 USB(5000개). 자유북한운동연합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2020년 국회 의결된 ‘대북전단금지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과거 진행된 설문에서도 여론은 ‘정부가 대북 전단을 막아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2020년 6월 KBS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60.6%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39.4%였다. 4년 전에도 대북전단으로 인한 남북 간 긴장국면을 우려하는 여론이 더 높았던 셈이다.
지난 21일 파주시 월롱면 일원에서 김경일 파주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파주시 전 지역 ‘위험구역’ 설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주시
◆파주시장 대북전단 살포 단체 비판

김경일 경기 파주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했다. 김 시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따른 긴장 조성으로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면서 “전단 살포 단체에까지 ‘표현의 자유’를 줘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의 체감 불안은 다른 지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어르신들이 제 손을 잡고 ‘불안해서 못 살겠으니 대북전단 날릴 수 없게 해 달라’고 말씀하신다”며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알아본 바로는 탈북자 전부가 하는 게 아니라 일부 단체에서 하는 건데, 이게(단체가) 생계형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 표현의 자유까지 줘야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난안전법 41조에 보면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기초단체장이 위험구역을 설정해서 위험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을 출입금지하거나 퇴거를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위험구역으로 설정되면 즉각 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응하면 특별사법경찰과 행정력 총동원으로 강제퇴거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오물 풍선이 떨어져 앞 유리가 부서진 차량. 경기남부경찰청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유엔 COI 요청에 따른 것”

미국 전문가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한국에 보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지난달 미국 대북매체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북한은 탈북민들을 비롯한 대북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자신들의 오물 풍선과 비교한다”며 “이는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아주 나쁜 선전 기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민들이 하고 있는 일은 실제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씨 정권에 의한 주요 인권 침해 중 하나가 ‘고의적인 고립’과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 금지’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OI는 국제사회에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고, 탈북민들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의 실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 인권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사실상 유엔 COI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은 오물 풍선을 보내 한국을 모욕하고 분열시키려는 것”이라며 “오물 풍선을 한국에 대한 위협이 되게 해 한국 국민이 ‘탈북민들이 북쪽으로 정보를 보내는 행위’를 정부가 엄중하게 단속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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