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블랑코 잡겠다”…휴대폰 개인정보 삭제 SW 내놓은 이 회사

김현아 2024. 6. 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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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케이포렌식컴퍼니 대표
한국 최초 안티-포렌식 솔루션 출시
'지금이레이저'로 개인정보 안전하게 삭제
휴대폰 데이터 보관, 성능 진단까지 제공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집 안에 장롱폰이 많은 이유는 내 데이터가 유출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죠. 공장 초기화(리셋) 기능이 있지만, 완벽하지 않거든요.”

유병호 케이포렌식 컴퍼니 대표. 사진=케이포렌식

데이터 삭제 소프트웨어 ‘지금이레이저’를 개발해 KT M&S에 공급한 케이포렌식컴퍼니의 유병호 대표는 “공장 초기화만으로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제조사가 보증하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며 안티-포렌식 솔루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티-포렌식은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기술이다.

케이포렌식컴퍼니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면,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 연락처, SNS, 메모 등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다. 유 대표는 “처음 데이터 삭제를 생각한 시기는 2014년인데, 당시 핀란드의 블랑코사만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충분히 기술력이 있는데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고, 기업용 제품에 이어 얼마 전에는 고객 대상 서비스도 오픈했다”고 소개했다.

연세대 전기공학과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유병호 대표는 삼성전자 정보미디어본부 ECIM,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LG U+ 인터넷사업팀을 거쳤다. 이후 휴대폰 데이터 전송 솔루션 ‘모비고’를 개발한 지온네트웍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일하다 2021년 케이포렌식컴퍼니를 창업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데이터 유출방지 민관 협의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이레이저’는 웹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비용은 9900원이다. 사진=케이포렌식컴퍼니

모든 공간에서 0x00 데이터로 덮어 씌운다

‘지금이레이저’는 지난해 11월에 개발된 데이터 삭제 소프트웨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데이터 삭제 서비스를 위해 도입한 핀란드의 블랑코사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할까요? 이 소프트웨어는 미국 국방부가 권고한 영구삭제(ECE) 방식을 사용하여 모든 저장 공간을 0x00 데이터로 덮어쓴다.

유병호 대표는 “원래는 포렌식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안티-포렌식도 서로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PC에서 데이터 삭제와 관련해 미 국방부가 권고한 표준을 필 방식이라고 하는데, 휴대폰은 플래시 메모리의 특성상 이미 씌여져 있는 공간을 다른 데이터로 덮어쓰면 되살아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의 메모리 영역을 0으로 덮어쓰는 것이 제로필이고, 블랑코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랜덤필로 0이 아닌 숫자로 덮어쓰는 것”이라며 “저희가 하는 제로필은 휴대폰의 메모리 영역을 덮어 복구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솔루션이다. 직접 고객이 사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세계 최초”라고 덧붙였다.

‘지금이레이저’ 기술은 KT그룹의 휴대폰 유통사인 KT M&S에 공급된 것 뿐 아니라, SK의 벤치마크 테스트(BMT)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검증이 완료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 번에 USB 32개와 와이파이를 포함한 64대의 단말기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는 점도 이 소프트웨어의 장점 중 하나다.

잠깐, 중고폰으로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자신의 폰 데이터를 완벽하게 삭제하는 데 ‘지금이레이저’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유 대표는 “본인 인증이 된 경우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이레이저’는 9900원에 데이터 완전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이레이저’ 화면.
KT M&S 직영 매장 직원이 고객이 반납한 중고폰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스마트 MRI’ 기기에 고객 휴대폰을 넣고 있다. ‘스마트 MRI’에는 케이포렌식컴퍼니의 ‘지금이레이저’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진=KT M&S

휴대폰 성능진단, 데이터 보관 서비스도

케이포렌식컴퍼니는 데이터 삭제뿐만 아니라 휴대폰 진단 서비스와 휴대폰 데이터 보관, 중고 단말기 및 통신 서비스 플랫폼 사업(인증 허브)도 추진 중이다.

유 대표는 “휴대폰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 구매할 때, 사용할 때, 바꿀 때라고 볼 수 있는데, 처음 창업했을 때 만든 휴대폰 데이터 전송 솔루션 ‘모비고’가 처음 살 때 필요한 것이라면, 데이터 유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게 휴대폰 데이터 보관 서비스다. 데이터 백업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데이터를 개인 클라우드에서 끌어와 사용할 수 있지만, 케이포렌식컴퍼니는 휴대폰 데이터에 대한 검색 기능과 리포트 제공을 통해 UI/UX를 개선하고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휴대폰 성능 진단 서비스는 데이터 삭제 서비스와 짝을 이루며, 쓰던 폰의 배터리 상태, 디스플레이 상태, 카메라, 스피커 및 마이크, 버튼 및 포트, 센서 작동 등을 점검하여 중고폰 매입 및 판매 업체에게 제공한다.

유병호 대표는 국내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안전한 중고폰 수출 확대를 위해 데이터 삭제 이력을 관리하고 안전한 폰만 합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여하고 싶다”며 “일본 등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된 나라에서 블랑코와 경쟁하며 토종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진출도 이루겠다”고 밝혔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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