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는 없다, 작정하고 폭주하는 웃음 8기통 ‘핸섬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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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적당히, 스릴도 적당히, 감동도 적당히라는 매뉴얼대로 찍어내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미친 에너지'로 질주하는 영화가 나타났다.
인상 '더러운' 두 남자의 포스터만 보면 관람 욕구가 생기기 쉽지 않지만 먼저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벌써 퍼지기 시작한 '핸섬가이즈'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 장면을 비롯해 '핸섬가이즈'의 일부 웃음 포인트들은 90년대 최고의 코미디 장르를 휩쓸었던 데이비드·제리 주커 형제의 작품들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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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적당히, 스릴도 적당히, 감동도 적당히라는 매뉴얼대로 찍어내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관객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미친 에너지’로 질주하는 영화가 나타났다. 인상 ‘더러운’ 두 남자의 포스터만 보면 관람 욕구가 생기기 쉽지 않지만 먼저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벌써 퍼지기 시작한 ‘핸섬가이즈’다. 극장 비수기(11월)에 무거운 현대사 소재인 ‘서울의 봄’으로 천만관객의 반전을 끌어낸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또 다른 뚝심이 빛나는 작품이다.
형제처럼 친한 중년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낡은 집을 사서 이사 온다. 곱디고운 심성의 두 남자가 가진 단 하나의 애로사항은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상대방이 경기를 일으킬 만큼 인상이 험악하다는 것. 부동산 중개인도, 동네 경찰도, 근처에 놀러 온 젊은이들도 이들이 강력 범죄자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남동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핸섬가이즈’는 호러 코미디 ‘터커 앤 데일 대 이블’(2010)을 리메이크했다. 인상 험한 ‘순둥이들’, 이들을 오해하는 대학생들 등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마디마디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원작에 한가지 요소를 추가했다. 재필과 상구가 이사한 집 지하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주문, 오컬트다. 원작에 담겨있는 미국적 색채를 적당히 빼면서 현지화의 치트키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핸섬가이즈’는 원작이 장착한 코미디 엔진을 6기통에서 8기통으로 올린다. 매끄럽게 뽑아내는 요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수공예식 웃음 제조 방식이 영화 초반 낯설게 느껴지는 관객이라도 이 엔진에 몸을 싣고 질주하다 보면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목수라는 주인공들의 직업처럼 ‘핸섬가이즈’는 아날로그적인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다. 원작보다 비중이 커진 경찰관 최소장(박지환)이 주인공들을 체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해 집 밖에서 나올 때까지 도미노처럼 초 단위로 이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이 대표적이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 장면을 비롯해 ‘핸섬가이즈’의 일부 웃음 포인트들은 90년대 최고의 코미디 장르를 휩쓸었던 데이비드·제리 주커 형제의 작품들을 닮았다.
어린 시절 데이비드 주커의 대표작 ‘총알탄 사나이’(1990) 비디오테이프를 닳을 때까지 돌려보고, ‘못말리는 비행사’(1992) 등 ‘못말리는’ 시리즈와 저우싱츠(주성치) 영화에 열광했다는 남동협 감독은 인터뷰에서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을 만든 연출자에 대한 존경심을 연출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촬영에 있어서도 최대한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집해 컴퓨터 그래픽(CG)보다는 카메라 트릭을 많이 활용했다. 귀신 들린 염소를 표현하는데 시지 작업을 최소화하고 더미(모형)를 사용해 캐릭터와 몸싸움을 하며 웃음을 빚어내는 식이다.
‘핸섬가이즈’는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받아오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좀 더 여럿으로 확장했다. ‘범죄도시’시리즈의 반복되는 모습을 벗어나 새로운 코믹 캐릭터를 구축한 박지환이나 박지환과 짝을 이루는 경찰관 역의 이규형, 미나 역의 공승연, 잠깐 등장하는 우현과 임원희까지 101분 러닝타임을 스쳐 지나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의도치 않은 피 칠갑의 사건이 계속 벌어짐에도 거의 모든 캐릭터가 순하고 선량해서 속이 편한 한끼를 먹은 것처럼 개운하게 극장을 나올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26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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