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후끈’…‘초선 vs 재선’ 누가 될까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6. 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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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선·연장자 추대 관례 깨져…불 지핀 ‘선수(選手)파기론·자성론’
‘초선’ 강수훈·박수기, ‘재선’ 박미정·신수정…의장선거 출사표
‘초선 전성시대’ 상임위원장 4자리 모두 초선 의원 출사표 던져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의회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소속 21명이 뽑는 집안 선거인데도 막전막후 득표전이 치열한 양상이다. 입지자들은 일찌감치 표밭갈이에 나섰고, 의장 후보자를 중심으로 의원들 간 서로 '내 편'을 만들기 위한 구애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일부 후보자 측에서 '상황실'까지 차렸다는 풍문도 들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의장 선거의 경우 경선에 출마한 후보는 상임위원장에 나갈 수 없는 규정이 있어 일부는 의장 후보와 합종연횡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의장 선거에선 '선수(選手) 파기론'이 세를 얻고 있어 그 현실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다 차기 광주시장 대리전 논란까지 지펴지면서 선거판이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전체 23명 중 2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일당독점 체제나 다름없는 시의회에서 '친 강기정' vs '친 민형배'으로 나뉜 내부 파벌 결집도 벌써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시의회 개원이래 최초의 여성의장 탄생에 대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닷새 앞으로 다가 온 민주당 광주시당의 9대 후반기 광주시의회 의장단 후보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광주시의회 전경 ⓒ시사저널

시의원 60%가 '후보'…당내 경선행 열차 만원 

광주시의회 의장단 선출은 후반기 개원시기인 7월 초 본회의장에서 직접투표로 선출되나 사실상 결선인 민주당 경선에 더 시선이 쏠린다. 민주당 시의장과 부의장·상임위원장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 열차는 혼잡하다. 전체 의원의 60% 가량인 14명이 시의장과 1,2 부의장,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내면서 어느 때보다 경쟁이 뜨겁다. 

의장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입지자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며 유력 후보에게 부의장 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타진 중이라는 전언이다. 의장선거 때 지지를 조건으로 1, 2부의장이나 4개 상임위원장을 보장받는 일종의 '합종연횡'을 시도하느라 분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사봉을 거머쥐기 위한 의장 후보자들의 경쟁이 전반기보다 훨씬 치열하다. '패기'의 초선과 '경험'의 재선 등 5명의 시의원이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 22일 마감된 당내 의장 경선에 초선인 강수훈(서구1)·박수기(광산5) 의원, 재선인 박미정(동구2)·신수정(북구3)·심철의(서구4) 의원 등이 등록을 마쳤다. 

당초 나설 것으로 점쳐졌던 홍기월(동구1), 안평환(북구1) 박희율(남구3) 의원은 최근 뜻을 접었다. 홍 의원은 1부의장, 안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반기 1, 2 부의장에는 과반 이상 찬성표를 받은 심철의(서구 4)의원과 이귀순(광산 4)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후반기 1부의장에는 홍기월(동구1)·서용규(비례) 의원, 2부의장에는 채은지(비례)·서임석(남구1) 의원이 도전장을 내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 

초선의 기세는 상임위원장 자리에서도 무섭다. 전반기 상임위원장은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재선의원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4개 상임위원장은 모두 초선 의원이 후보로 등록해 위원장 전원을 초선이 맡게 됐다. 상임위별로 행정자치위원장 안평환(북구1), 운영위원장 정다은(북구2), 환경복지위원장 최지현(광산1), 산업건설위원장 박필순(광산3), 교육문화위원장 명진(서구2) 의원 등 각 1명씩 후보로 등록했다. 

상임위원장에 도전한 초선 A의원은 "광역의회 초선이지만 기초의회에서 의장단, 상임위원장을 경험한 의원들이 많고 전반기에 각종 특별위원회를 이끈 경험이 있어 의정활동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수 의원이 '직'에 도전한 까닭은

후반기 들어 이례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직'에 도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시의회 내부에서 이어지던 '관례'가 깨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통상적으로 의장직은 최다선 의원, 연장자가 추대되거나 소수 경선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관례인데 후반기엔 5명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 공식이 깨진 상태다. 시의회 전반기 때 의장 선거는 재선 의원 2파전으로 치러졌다. 전반기 의장에는 재선 정무창 의원이 전체 23명의 만장일치로 뽑혔었다. 

반면 이번에는 다양한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전반기 직책을 맡은 자는 후반기 직책을 맡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점 역시 이례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광주시의장직의 매력이 더욱 커진 상황이 경쟁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의장의 공식 의전 서열은 광주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더욱이 후반기 의장은 막강한 권한과 함께 임기가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와도 직결돼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의회 의장이 시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까지 갖게 된다. 의사 정리권과 질서유지권, 지휘·감독권, 단체장과 공무원 출석 요구 등 막강한 권한도 있다. 

이들은 향후 정치경력을 쌓은 뒤 기초단체장 등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의회 의장에 이어 정치적 체급을 올리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은 지방선거 주요경력이 될 의장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광주시의장은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시의회를 대표하는 만큼 향후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선거가 2년 뒤 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기회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표지석 ⓒ시사저널

초선 의장 탄생하나…초선 맞짱 선전포고 

이번 의장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광주시의회 역사상 최초로 초선 의장이 탄생할지 여부다. 그동안 시의회 의장직은 재선 이상의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의장 선거에선 통상 재선 이상이 의장에 도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재선 대 초선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잃어버린 의회 고유 기능을 회복할 적임자는 초선 의원이다' 등을 내세우며 다선과 기 싸움이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다시 말해 초선이 재선에게 맞짱 한번 뜨자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런 도발의 선두주자격인 초선 강수훈·박수기 의원이 의장직에 도전한다. 두 의원은 그동안 다선 못지않은 존재감과 두각을 나타냈다. 첫 의정활동이지만 신선한 발상과 발군의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초선들이 재선 견제심리가 작동해 후보를 단일화하고 선거에 임할 경우 초선으로 전반기와 후반기 의장을 연이어 지낸 제5대 강박원 의장에 이어 두번 째 초선 의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현재 의회에는 초선 16명, 재선 7명으로 초선의원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에 이번 의장선거에서 초선 표심의 향방이 판세를 결정지을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전통적으로 의장단을 선수에 무게를 선출해왔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선수 파기론'이 세를 얻고 있다. 이는 전반기 친 강기정 의장단이 미흡했던 집행부 견제와 감시 등 의회의 고유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의회 내 자성론에서 기인하다는 해석과 무관치 않다.

시의회 전반기는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반짝 충돌'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집행부와의 건전한 긴장관계보다는 끌려 다니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선수에 치중하기 보다는 의회 고유기능을 살릴 수 있는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개원 이래 최초 초선 의장·여성의장 탄생 '관심사'  

시의회 안팎에서는 다른 흐름도 있다. 정치경험이 더 있는 재선 의원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와 시의회 최초로 여성 의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럴 경우 박미정, 신수정 등 여성 의원이 각축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시의원 23명 중 여성 의원이 10명으로 과반에 육박한다. 

여성인 박미정·신수정 의원은 둘다 재선 의원으로 소속 상임위의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의회 안팎에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이들은 경험을 겸비한 시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 배출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성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면 여성 의장 탄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친강' vs '친민' 간 대결구도도 변수 

미래 '광주권력'을 둘러싼 전초전도 관심사다. 지역 정가에서는 후반기 의장선거가 차기 광주시장선거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는 상황이다. 이른바 '친강' 대 '친민' 간 대결구도를 염두에 둔 얘기다. 재선 고지를 노리는 강기정 시장과 광주의 '권좌'를 겨냥한 민형배 재선 국회의원 간 샅바싸움이 자의 반 타의 반 후끈 달아오른 형국이다. 지역정가에선 현 시장인 강기정 그룹은 강수훈 의원을, 차기 시장 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형배 의원 그룹은 박수기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기정 그룹이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강수훈 의원의 경우, 지난 2018년 강 의원이 동구청장 후보로 선거에 나왔을 때 강 시장이 적극적으로 도와 준 이력과 함께 강 의원을 친 강기정계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정가 안팎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최근들어 강 의원이 행사장 등에서 강 시장 곁을 지키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면서 이 같은 설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박수기 의원의 지역구는 광산을로 민형배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호남⋅제주권역 대표를 맡아 같은 친명계인 민 의원 그룹이 차기 시장선거를 위해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민 의원과 줄곧 정치적 여정을 같이 해온 광주 친명계 좌장격인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반기 의장선거에 나선 당시 정무창 운영위원장은 친강, 조석호 부의장은 반강으로 각각 분류됐었다. 그러나 친강인 정 위원장이 의장직에 오르면서 의회 본연의 견제 감시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에 후반기에는 의회 고유 기능을 회복할 인물이 의장에 뽑혀야 한다는 다수 의원의 심중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후반기 의장 선거를 차기 시장선거 가늠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정치적 유불리와 셈법을 떠나 시 집행부를 합리적으로 견제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시 살림을 다룰 의장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선이나 초선, 정치적 이해득실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시민 대변에 앞장서는 의장을 선출해야 광주시의회 후반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의회는 전체 의원 23명 중 더불어민주당 21명·국민의힘 1명·무소속 1명이다. 전체 의원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절대 다수인만큼 민주당 경선이 곧 의장을 결정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경선은 오는 29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만 비공개 투표에 참여하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다 득표자와 차점자의 결선 투표를 즉시 진행한다. 동점 시 다선·연장자순으로 결정되며 모든 선거의 표수는 비공개한다. 

경선을 통해 확정된 의장단 후보는 오는 7월 8일 본선을 치른다. 그동안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의 추대로 의장이 당선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 본선에서는 민주당 일당독점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민의힘 김용임(비례)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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