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 필리 조선소 인수… HD현대重 사업 계획 수정 불가피

HD현대중공업, 필리 조선소 통한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 미지수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과 협력 중인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진 영향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1억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확보했다.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도크를 보유, 미국 대형 상선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해상풍력설치선 등 특수목적 선박 건조뿐 아니라 미국 해군의 수송함 수리·개조 역량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와 협력을 통해 함정 MRO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필리 조선소와 미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 조선소에 함정·관공선 설계 및 자재 패키지 공급을 지원하고 미 해군, 해경 및 연방 해운청 함정과 관공선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MOU 체결식에서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미국 현지 기업과의 함정·관공선 건조 및 MRO 사업 협력을 통해 세계 방산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와 협력에 나선 것은 미국의 해운법 때문이다. 미국에서 조선 사업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제정한 연안무역법(Jones Act)을 통해 자국에서 건조한 선박만 미국 내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 조선소와의 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30년대 중반까지 함정 사업으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미국 시장을 놓을 수 없다. 미국은 전 세계 함정 MRO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필리 조선소는 한화오션의 미국 함정시장 진입 시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핵심 사업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필리 조선소의 협력에 대해 "매도인 측으로부터 해당 MOU는 구속력이 없는 형태의 합의 문건이란 확인을 받았다"며 "다만 한화오션이 HD현대와 K-방산 수출 및 내수 시장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인수 이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국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