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간 '여진구 오빠'…"하정우 때렸다가 '이리 와봐' 소리 들어" [인터뷰+]
"새로운 표정과 얼굴 봤다는 칭찬 듣고 싶어"
"데뷔 20년,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예의바른 이미지, 상당히 좋아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 저는 예의 바르지만, 장난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진구의 새로운 표정과 얼굴을 봤다', '이런 역할도 잘 하는구나'라는 칭찬이 듣고 싶어요."
영화 '하이재킹' 속 여진구는 마치 성난 황소처럼 무섭게 돌진한다. 2005년 데뷔한 이후 20년 만에 맡는 첫 악역 연기다. 그는 "매번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아닌 캐릭터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1년 대한민국 상공에서 벌어진 여객기 하이재킹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여진구는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괄시 속에 살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해 북으로 기수를 돌리려는 용대역을 연기했다. 그는 하이재킹 과정 속 단순히 악인으로 비칠 수 있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쌓아 올렸고, 섬세한 연기로 잊지 못할 얼굴을 선보였다. 특히 '눈이 돌아 있다'는 강렬한 호평까지 받았다.
"제가 삼백안이어서 그런지 조금만 눈을 위로 치켜뜨면 사나워 보일 때가 많아요. 오히려 현장에서 일부러 밑을 바라보고 그럴 때도 있었어요. 이번만큼은 마음껏 눈을 치켜떴습니다. 하하. 스크린 속 제 모습을 보고, 제 홍채가 이렇게 작은지도 처음 알았고 새로웠어요."
극 중 여진구는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역을 연기한 하정우와 몸싸움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평소 '롤모델'로 꼽아왔던 하정우를 실제로 때리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고.
"공간이 좁은 곳에서 불같이 성내고 연기를 하다 보니 마음의 평화를 찾고 연기를 해도 위협적으로 할 때가 많았어요. 액션 장면에서 몇 번 하정우 형을 때렸다가 '진구야 이리 와봐' 소리를 들었죠.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우리는 엄연히 프로의 세계를 겪고 있고, 충분히 몰입한 것은 알지만 훈련된 배우로서 감정 컨트롤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한 번쯤 혼쭐을 내실 것 같았는데 항상 옆에서 '워워'하고 저를 드라이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진구가 감정을 못 이기고 연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한정된 공간에서 분출하는 용대의 감정은 여진구가 이 영화에 끌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용대라는 인물을 정당화하거나 '이럴 만 한 이유가 있었다'는 시선으로 절대 바라보지 않았다"며 "감독님과 이야기를 통해 조절하며 최대한 선을 잘 지켜보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인물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감정적으로 힘든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영화 '화이' 때 김윤석 선배가 이야기를 해주신 덕에 역할과 삶을 분리하는 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했다"며 "마냥 어린 시절엔 나와 캐릭터를 한 몸으로 만들어야지 감정을 느끼고 몰입되겠구나 했는데 동기화 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좀 떨어뜨려 놓는 것이 잘 바라봐지더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스물 여섯살의 배우 여진구. 그는 "시간이 참 빠르고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배우의 꿈을 본격적으로 갖게 된 것은 14살 때라 완전 20년 차라곤 생각 안 한다"면서도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삶이 주어진 것에 대해 행복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성실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를 가야한다. "군대는 풀려있는 숙제죠.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한거 아닌가요. 구체적인 날짜까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부대가 있어요. 해병대는 아니고, 지원을 해야하는 부대죠.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거예요."
새파랗게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해온 여진구에게 연기란 하나의 '놀이'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이제 현장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어린시절엔 현장학습, 소풍가는 기분이었죠. 그때만 해도 주연을 계속 한다는 게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점점 연기가 어렵고 무서워졌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즐기면서 하는 게 아니라 분명히 표현해내야 하는 감정들이 생긴거죠. 그래서 스무살, 성인이 되어선 힘들었어요, 스스로 많이 괴롭혔거든요. 저는 30대가 빨리 왔으면해요. 나만의 방식으로 탈출구 같은 것들이 생기길 바랍니다. '하이재킹'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나고 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됐어요. 연기에 대한 스타일이 확립되고 이런 선배가 되어야지 할 정도로 지금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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