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인가 ‘전략’인가…한국에 강요된 ‘유튜브 뮤직’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한국선 운영 안 해…‘선택권’ 없어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구글의 유튜브 구독 멤버십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가 도마에 올랐다.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있게 한 행위가 대표적 불공정 행위인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판단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1년 넘게 진행해 온 이 조사를 7월 중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구글은 유튜브 뮤직 서비스를 뺀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튜브 뮤직을 포함한 유튜브 프리미엄만 운영되고 있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선택권'과 관련한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구글의 판매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유튜브 뮤직, 유튜브 타고 날았다…국내 음원 앱 타격
구글은 유튜브에서 광고 시청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이하 유튜브 프리미엄)를 운영한다. 월 1만4900원의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경우, 월 요금 1만1990원의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음원 스트리밍 앱의 경쟁 체제를 무너뜨린 이 전략은 유튜브 뮤직의 급격한 성장을 도왔다. 특히 유튜브가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인상하기 전인 지난해 유튜브 뮤직 사용자는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조사한 월간이용자수(MAU)에서 유튜브 뮤직 사용자는 650만 명을 기록, 국내 음원 앱 시장에서 10년 이상 1위 자리를 지켜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624만 명)을 처음으로 제쳤다.
멜론의 월 이용 요금은 6900~1만2000원이다. 다른 음원 스트리밍 앱에서 월평균 7000~8000원대의 요금을 내는 것보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 광고 없는 영상과 무료 음악을 이용하겠다는 이용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유튜브 뮤직이 성장하면서 지니뮤직, 플로, 네이버 바이브 등 국내 음원 앱 이용자 수는 수십만 명씩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업계가 독과점 지위 남용 문제 등을 제기하자, 공정위는 지난해 2월 구글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1년 4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유튜브의 장악력 확대와 국내 음원 시장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공정위는 내달까지 조사를 마무리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브 뮤직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당장은 서비스 이용이 '무료'로 느껴지지만, 구독료 인상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43% 인상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2018년 국내에 해당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 요금은 8690원이었다.
현재도 유튜브 뮤직은 음원 스트리밍 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유튜브 뮤직 이용자는 725만 명이다. 멜론(711만 명)과 삼성뮤직(414만 명), 지니뮤직(310만 명), 플로(227만 명)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만 없는 '라이트' 요금제…'선택권 보장' 목소리도
구글의 한국 내 요금제 운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구글은 네덜란드, 벨기에,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운영한다. 간단히 말해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6000~9000원 저렴한 가격에 '유튜브 뮤직'을 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은 119스웨덴크로나(약 1만5019원)지만, 음악을 듣지 않을 경우 69스웨덴크로나(약 8707원)에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튜브 뮤직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요금제'와 유튜브 프리미엄 등 2가지 요금제만 운영되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의 광고 제거 기능만을 원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1만4900원의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족 요금제'가 한국에서는 운영되지 않는 점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도 높다. 가족 요금제는 한 계정으로 최대 6명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최근 VPN 등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타 국가의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자, 구글은 유튜브 멤버십을 구매한 국가를 6개월 이상 비운 경우 멤버십을 정지할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등 요금제 도입의 배경이 될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음원 스트리밍 앱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정위 조치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단일 요금제만 운영하는 구글의 판매 행태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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