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행객 어서옵쇼… 中, 관광지 ‘실명 예약제’ 폐지 수순

중국이 주요 관광명소에 적용하던 온라인 실명 예약제를 속속 폐지하고 있다. 중국인도 불편한 시스템 탓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해 무비자 제도 확대, 결제 시스템 개선 등 각종 작업을 진행 중인데,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수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중국 베이징시 문화관광국에 따르면, 앞으로 자금성, 국립박물관 등 일부를 제외한 시내의 모든 관광명소는 사전 예약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문화관광국은 “여름휴가 기간 관광명소의 기본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고 문명 관광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상하이, 쑤저우, 장쑤성 등도 관광명소 실명 예약제를 없앤 만큼, 이같은 조치는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을 찾은 관광객들./AFP 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관광명소에 실명 예약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민 메신저 앱인 웨이신을 이용해 각 관광명소 홈페이지에 접속, 이름과 신분증·여권정보 등을 입력하고 유·무료 입장권을 구매하는 식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데다 인기 관광명소의 경우 경쟁까지 치열해 노인 등 중국인 사이에서도 불만이 컸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예약이 불가능하다. 웨이신을 새로 가입하는 번거로움은 차치하더라도 중국어를 모르면 관광명소 검색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예약 시스템에서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관광명소가 많은 것은 물론, 중국 현지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실명 예약제라는) 이러한 장벽이 외국인 방문객들의 문화적 경험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관광 산업을 약화시키고 있다”라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끝났는데도 이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지나친 개인정보 침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대상 관광 산업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최근 관광·환승 목적으로 15일간 비자 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국가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추가하는 등 ‘비자 면제’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현지인 친화적인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외국인은 돈 쓰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국제 신용카드 결제망도 개선 중이다.

중국 국가이민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오간 외국인은 3547만8000명(연인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693.1% 폭증한 것이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의 경우 중국을 입·출국한 외국인은 9767만5000명으로, 지난해의 3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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