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존재하긴 하는가 [김지현의 정치언락]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증인, 증인이 위원장이에요? 왜 위원장의 생각까지 재단하려고 그래요?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위원장이 생각도 못 합니까?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어요? 위원장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생각이 된다’라는 생각을 임성근 증인에 맞춰서 생각을 고쳐먹어야 됩니까?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부끄럽고 비굴한 군인일 뿐이에요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려 합니까. 사과하세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저는 위원장님 생각까지 재단하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사과하세요”
임성근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
임성근 “그렇게 느끼시도록 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정청래 “토 달지 말고 사과하세요”
(같은 대화 두 차례 반복)
정청래 “일어나세요. 10분간 퇴장하세요. 임성근 증인 때문에 진행을 할 수가 없어요.”
21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첫 입법청문회의 한 장면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니에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성찰하고 반성하는 의미입니다.”
박지원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껄껄껄”
정청래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잠깐 말씀드리면, 우리 증인들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가장일 수 있고 엄마일 수 있고 형님일 수 있고 아들일 수 있고,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번쯤 채 해병 부모의 심정으로 한 번 돌아가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중략)”
정청래 위원장 “증인, 국어 모르십니까.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거부한다면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왜 그렇다고 답변을 못 합니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위원장님, 증언 거부권은 법률에 의해서 인정되는 권리로 있습니다.”
정 위원장 “증인, 알고 있어요. 제가 다시 묻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지금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지금 본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맞지 않습니까?”
김 사령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정 위원장 “그렇기 때문에 받을 염려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어서 증언을 거부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얘기예요.”
김 사령관 “오히려 위원장님께서 그렇게 위원장님께서 발언하시는 부분은 증언 거부권을 침해하고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켜보기에도 민망하고 불편했던 청문회는 결국 국민의힘이 여당 역할을 전혀 못 한 탓인 겁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장에 들어왔더라면, 정 위원장이나 법사위원들의 과도한 공세에 “그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발하고, 무례한 발언엔 “왜 갑질을 하냐”고 따져 물을 수 있었겠죠.
국민의힘은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한 번도 국회 업무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6월 5일 야당 단독으로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뽑고 10일엔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뽑아가는데도 보여주기식 규탄대회와 의원총회만 했을 뿐이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대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은 수차례 오물풍선을 날렸고, DMZ 군사분계선까지 침범했습니다. 러시아와는 대놓고 군사조약을 강화한다고 나섰고요. 하지만 국회에선 단 한 번의 국방위원회도, 외교통일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여당 몫’이라며 위원장을 비워뒀기 때문이죠. 사실 국방위와 외통위는 성격상 여당이 챙기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이란 명분 아래 자신들의 역할을 방기했던 겁니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은 무조건 국회 안에서 싸우는 거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리하고, 부당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국회 안에서 계속 자기들의 주장을 펼치면 그게 조금씩 여론에도 반영이 된다. 저렇게 보이콧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하더군요.
결국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24일) 오전 남은 7개 상임위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개원한 지 약 한달 만이니,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그 땐 여론이 지지해 줄 겁니다. 그게 소수여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친누나 연락 안돼요”…6개월차 신임 순경이 실종자 찾았다
- 아랫배 더부룩한 복부팽만 지속된다면…‘숨은 살인자’ 난소암 의심해야
- 20억원 들인 182m다리 개통 직전 ‘와르르’…“세금 낭비 끝판왕” (영상)
- 10일 만에 구조된 美 등산객…“폭포수·산딸기로 버텼다”
- 이경규 “재산 절반 날렸다…‘이 사람’ 없었다면 강남 건물주 됐을 것”
- 음주 뺑소니가 앗아간 체육교사 꿈…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22세
- “멍멍!” 하루에 실종자 2명 찾아낸 구조견 ‘고고’
- 이재명, 민주당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 “싸우는 소리, 아버지 살해된 것 같다” 딸이 신고…父子 숨진 채 발견
- 故 구하라 금고 도둑 몽타주 공개…사망 전 “무섭다”는 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