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 집에서 주먹 휘두른 20대 실형…주거침입은 ‘무죄’ 내린 이유는
재판부 “공동 생활 끝나지 않아 무죄”
사실혼 관계였던 전 연인의 집 문을 부수고 침입해 또다른 남성에게 주먹을 휘두른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폭행으로 인한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주거침입에 대해서는 ‘공동 생활관계가 끝나지 않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24일 특수상해와 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개월에 처하고 공소사실 중 주거침입은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28일 오전 6시 35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 연인의 자택에 침입해 함께 있던 남성 B씨를 수차례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 연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출입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안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코뼈가 골절되고 전방안구출혈로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주거침입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난 2022년 4월부터 10개월 동안 전 연인의 아파트 자택에서 동거하고 대부분의 생활비를 부담했던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을 지목했다. A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 2023년 2월 27일 전 연인의 자택에서 출근했고 같은 날 이별 통보를 받았다.
또 전 연인의 자택에는 A씨의 물건이 남아 있었고 현관문 비밀번호는 바뀌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전 연인의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자 화가 나 현관문을 열 수 없도록 잠가둔 걸쇠를 부수고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위 정황을 토대로 A씨와 전 연인이 공동 생활관계를 끝내기 위한 명확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양측을 전 연인의 아파트 공동거주자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공동거주자인 전 연인이 법률적 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현관문에 걸쇠를 걸어 다른 공동거주자인 A씨가 공동생활 장소인 아파트 자택 출입과 이용을 금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전 연인과 공동 생활관계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힘으로 현관문의 시정장치를 파손하고 이 사건 주거지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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