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6월 무더위에 더블헤더··· 팬도, 선수도, 감독도 땀이 줄줄
때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3일 잠실과 대구, 광주 등 전국 3개 구장에서 KBO 리그 더블헤더 경기가 열렸다. 더블헤더 1차전 세 경기에다 고척돔 경기를 포함해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에 네 경기가 열렸다.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30.1도, 대구와 광주도 각각 30.0도와 28.4도를 기록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도, 지켜보는 팬도 모두가 힘들었다. 잠실에서 맞대결을 벌인 LG와 KT 양 팀 선수들 모두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더블헤더 2차전 5이닝 116구로 승리투수가 된 KT 엄상백은 “날도 덥고 더블헤더 경기였는데, 공도 많이 던지고 이닝을 많이 못 끌어줬다”며 팀 동료들에게 미안함부터 표시했다.
3루 원정석엔 뜨거운 햇볕이 그대로 내리쪼였다. KT 팬들은 비 예보에 챙겨온 우산을 양산대신 펼쳐 들었다. 이마에 쿨링 패치를 붙인 이들도 여럿 보였다. 1루 관중석이라고 쾌적하지는 않았다. 응원용 노란색 머플러를 두건처럼 머리에 둘러썼다. 어떻게든 햇빛을 막아보려는 시도였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더운 날 낮 2시 경기는 쉽지 않다. 더블헤더까지 치르면 체력 부담이 배로 든다. 혹서기인 7, 8월엔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는 것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생각해서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무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벌써 2.4일이다. 예년(1991~2020년)의 6월 한 달 폭염일수 0.6일과 비교해 4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때 이른 무더위는 이동성고기압 때문에 날이 맑은 데다가 남서풍 더운바람까지 불어왔기 때문이다.
한낮 무더위에 선수들을 내보내야 하는 감독들도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내년 6월은 더 더워진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시즌 초 ‘4월 더블헤더’에 난색을 보이며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던 염경엽 LG 감독은 오히려 체념한 듯 “옛날엔 더 심했다”고 쓰게 웃었다. 전주, 군산, 옛 광주 무등 구장 등 열악했던 과거의 구장 환경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국에서도 가장 더운 대구에서 한여름 낮 경기를 치를 때는 “땅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왔다”고 했다.
갈수록 무더위는 심해지고, 장마는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일정짜기도 어렵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로 인한 우천취소가 잦아지고, 체력 부담이 가중된 후반기 더블헤더가 늘어나자 일각에서 시즌 초부터 더블헤더를 치르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 시즌 ‘4월 더블헤더’를 단행한 이유 중 하나다. 우천취소가 잦아지고 초가을까지도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추위 속에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7·8월로 한정된 더블헤더 제한 기간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염 감독의 주장처럼 경기 수를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택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수 1만4611명에 지난해 객단가 약 1만5000원만 계산해도 1경기 입장수입이 2억2000만원이다. 현재 팀당 144경기에서 135경기로 줄이면 리그 전체로 99억원, 128경기로 줄이면 198억원의 입장수입이 줄어든다. 입장수입외 광고, 중계권료 등을 고려하면 이는 훨씬 더 커지고 따라서 결정이 쉽지 않다.
이날 열린 잠실 더블헤더 두 경기는 LG와 KT가 각각 한 경기씩 나눠 가졌다. 광주에서도 한화가 1차전, KIA가 2차전 각각 승리를 챙겼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두 경기를 모두 따내며 시리즈 스윕 포함 5연승을 달렸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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