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구교환과 연기, 저 성덕됐어요”[인터뷰]
배우 이제훈의 손하트가 구교환에게 닿았다. 과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했을 당시, 구교환에게 함께 같은 작품에 출연하자고 공개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구교환이 따뜻하게 반응하면서 두 사람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2년여 만에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로 소원을 성취했다.
“함께 작업해보면서 자유롭게 창작하는 배우라는 걸 확인했어요. 감탄하면서 봤죠. ‘현상’이란 인물이 그가연기하자 독특한 캐릭터로서 표현이 되니까 배우로서 어떤 것을 씌워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이 영화를 본다면 구교환에게 빠질 것이고, 원래 이 사람을 좋아했던 팬들은 더 이상 출구가 없겠구나 싶을 거예요. 전 성덕이 됐고, 동시에 자랑하면서 다닐 수 있는 작품도 보유하게 됐어요. 이번엔 배우로서 만났다면, 다음엔 배우 대 구교환 감독으로도 만나고 싶어요. 구교환이 독립 장편을 준비한다는데 불라만 달라고 요청했어요.”
이제훈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탈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배우로서 바라는 방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화끈한 액션, 앞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싶어 출연”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이제훈은 꿈을 위해 탈주하려는 ‘규남’으로 분해 극한의 액션 장면들을 완성한다.
“제가 앞으로 이렇게 액션할 수 있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했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자연 지형지물을 활용해 도망가야하는 인물이라 스턴트맨 안 쓰고 직접 다 하고 싶었죠. 스크린에서 뭐든 크게 보이다보니 대역 쓸 생각은 아예 안 했고요. 온전히 제가 다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무모하고 무식할지언정 다른 방법이 없었거든요. 기술적으로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크게 없었거든요.”
탈출을 매번 저지당하는 ‘규남’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생각나기도 했다고.
“제가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느냐’며 너무 무모한 거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그땐 ‘그게 맞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럼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꿈꾸게 되더라고요. 불확실성이 크지만 도전을 했고 도전하는 삶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고요. 그런 면에서 ‘규남’이 말한 ‘실패할지라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으로서도 공감을 많이 한 작품이에요.”
‘내 갈 길 내가 정했다’는 규남의 대사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흔든 말이었다고도 했다.
“‘규남’과 전 목표하는 바가 다르지만 분명 그 노력이 배반하지 않을 거란 삶의 믿음은 같아요. 그래서 꿈을 이뤘냐고요? 배우로서 작품을 해오고 있지만 주연으로서 그 무게감과 책임감,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놓고 싶을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요. 그걸 통해서 절 발견하고 싶고,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어요.”
■“소속사 설립, 평생 배우하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그는 소속사 컴퍼니온을 직접 설립해 이동휘를 소속 배우로 맞이했다.
“소속사가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어떤 소속사에 들어가면 2-3년 시간을 함께하다가 이적해야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계속 작품을 해야하는데, 이런 이적들이 반복된다면 도움이 될까. 독립영화할 때에도 혼자서 다 준비해서 연기했는데 말이죠. 궁극적으로 배우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도전과 선택에 있어서 고맙게도 의견을 함께해준 동료들이 모여 지금의 소속사를 만들게 된 거죠. 그들이 안 해줬다면 감히 회사를 차려서 이 일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잘하고 싶어지고요. 평생 배우를 꿈꾸며 살 거니까 같이 열심히 해보자 의기투합 한 거죠.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서 계속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이동휘도 함께하는 동안엔 계속 채워주고 싶고요.”
지난해 허혈성대장염으로 수술했던 또 한 번의 변화가 그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지난해에 아팠을 땐 억울하더라고요. 이렇게 죽을 수도 있었다면 그냥 막 살았을 텐데. 하고 싶은 것 다 했을 텐데. 근데 수술 이후 눈을 뜨고선 ‘아,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이전처럼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려는 절 보면서 ‘내가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났나보다. 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하는구나’ 깨달았어요. 100명 중 99명이 날 사랑하는데 1명이 안 사랑한다면 전 그 1명이 신경 쓰이고, 반대로 99명이 싫어해도 1명이 응원을 보낸다면 또 희망을 발견하거든요.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고 사람으로서 귀감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제 꿈입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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