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동성애 버리고 옛모습 찾아달라” 학부모의 외침 …위기의 콘텐츠 왕국 [남기현의 해설]
세계 최대 ‘콘텐츠 왕국’ 월트 디즈니 이야기다.
디즈니의 오랜 팬이었던 부모 세대들은 디즈니가 옛모습을 되찾아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동안 디즈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디즈니와 그 자회사 픽사의 야심작이었다. 디즈니·픽사 최초로 ‘논 바이너리’(non-binary) 캐릭터를 선보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논 바이너리’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된 이분법적 성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순수 제작비만 2억달러(약 2700억원)가 투입된 이 영화는 개봉후 초반 흥행에 실패했으나 후반에 간신히 회복세를 보였다.
2022년 개봉했던 ‘스트레인지 월드’는 더 큰 실패작으로 낙인찍혔다. 이 영화는 10대 동성 친구간 로맨스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최소 1억 달러(약 1373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 매체 ‘더 랩’(The Wrap)은 이 영화를 향해 “디즈니의 100년 역사상 가장 큰 폭탄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디즈니는 이처럼 흥행 참패를 감수하면서까지 ‘LGBTQ+’로 상징되는 젠더 이데올로기 구현에 집중해 왔다.
이같은 행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했던 지난 2005년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가족 애니메이션의 고전격인 ‘토이 스토리’에 뜬금없이 레즈비언 커플(토이스토리4, 2019년)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2020년 단편 영화 ‘아웃’(Out)을 통해 게이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2021년에도 ‘정글크루즈’에 남성 동성애자를 앞세웠다.
같은 해 디즈니는 인사말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신사 숙녀, 소년 소녀 여러분’이라는 인사말을 ‘모든 연령대의 꿈꾸는 여러분’이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엔 성(性) 구분을 없애려는, 전형적인 ‘성 다양성’ 이데올로기가 반영돼 있다.
영화 뿐 아니다. TV시리즈를 통해서도 대놓고 젠더 의제를 강조한다.
지난 2019년 디즈니 채널을 통해 방영된 ‘앤디 맥’(Andy Mack)이 대표적이다. 이 시리즈는 10대들의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죽하면 어린 나이에 디즈니를 통해 데뷔한 배우중 ‘LGBTQ+’로 커밍아웃한 스타들이 현지 연예 매체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을 정도다.
‘한나 몬태나’로 유명한 여배우 마일리 사이러스는 2015년 커밍아웃 했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끌린다”고 언급해 충격을 줬다.
테마파크에도 젠더 이데올로기가 깊이 자리잡았다.
디즈니는 2007년 디즈니 테마파크 결혼식 상품을 동성 커플에게도 팔기 시작했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놀이터였던 디즈니월드·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는 어느새 트랜스젠더 커플들에게 각광받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행보를 통해 디즈니는 미국 내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문화 전진기지의 대명사로 등극했다.
그러나 젠더 이데올로기에 집중한 결과는 참담했다.
주요 콘텐츠들의 잇단 흥행 부진에다 코로나19 직격탄까지 겹쳐 2021년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경영 악화는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연간 75억달러(약 10조4175억원)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무려 8000명 이상 감원에 나섰다.
이같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차츰 회복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도 디즈니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캐리 버크 디즈니제너럴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지난 2022년 “우리 작품 속에 많은 성소수자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단지 주인공일 뿐 그들의 이야기가 충분하지 않다”며 성소수자 캐릭터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버크 사장은 성전환 자녀와 양성애자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스타워즈 TV시리즈 ‘애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한국 배우 이정재가 주연급 역할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애콜라이트엔 레즈비언 어머니들이 쌍둥이를 임신하는 내용이 나오는 등 곳곳서 젠더 의제를 강조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처럼 최근 디즈니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매우 싸늘하다.
디즈니 상품 구매 거부, 디즈니 스트리밍 탈퇴, 주식 매각 등 ‘디즈니 보이콧’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지 한 전문가는 “1923년 설립 이후 디즈니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엔터테인먼트의 대명사였다”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던 회사가 지금은 정치·사회적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면서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현재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디즈니 콘텐츠가 허무맹랑한 미덕을 선보이며, 아이들을 세뇌하려는 끝없는 시도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응한 미국 성인 1255명중 71%는 “디즈니가 건전한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자녀들이 성에 대해 배울 시기의 결정 권한을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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