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 분석해보니…인분부터 우상화 문건까지 가득
국산 넥타이·청바지 심하게 훼손, 대남 적대감 표출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도…“북 주민 불만 반영”
북한이 한국에 날려보낸 오물풍선에는 심하게 훼손된 대북 지원 물품, 낡은 생필품 쓰레기 등이 담겨있었다고 통일부가 24일 밝혔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상화 문건 표지도 발견돼 북한 주민들의 북한 당국에 대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수집된 북한의 오물풍선 70여 개에 담긴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남풍선 내용물은 일반 쓰레기보다는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이 일정한 크기로 잘라진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였다. 대남 살포를 위해 급하게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 페트병은 라벨과 병뚜껑이 제거돼있었는데 상품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훼손된 대북 지원 물품도 대남풍선에 담겨 살포됐다. 대북 지원을 해온 국내 한 의류업체의 브랜드가 적힌 천 조각이 다량 발견됐다. 같은 업체 계열사 브랜드의 넥타이와 청자켓은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한국산 물품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당 업체는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단체 등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북한 지도자들을 우상화하는 문건의 표지들이 풍선에 담겨 살포됐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가 적힌 종잇조각이 발견됐는데 노동당 총비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다. 북한 형법은 수령의 교시가 담긴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를 우상화하기 위해 선대 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김 위원장을 지칭하는 문건까지 버려진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는 일반 주민들도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긴급한 행정력 동원에 따른 결과, 북한 주민들의 오물 살포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도 발견됐다. 수차례 기워 신은 흔적이 있는 양말, 옷감을 덧댄 장갑과 마스크, 구멍난 유아용 방지·양말 등이다.
곰돌이 푸·미키마우스·헬로키티 등 해외 유명 상표와 애니메이션을 무단 복제한 의류도 포함돼있었다. 스키니진처럼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훼손된 상태로 오물풍선에 담겨있었다.
대남풍선에 담긴 토양에서는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토양에서는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기생충들이 인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 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고 사람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주로 식별된다.
통일부는 다만 이번에 살포된 토양은 소량이라며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국내 토지 오염, 감염병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4차례 오물풍선을 살포한 북한은 지난 2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재살포를 예고한 상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주민들도 부끄러워할 저급하고 기괴한 오물 살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 당국은 해서는 안될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주민들의 민생을 우선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부터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풍과 북서풍이 예보돼있다며 북한군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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