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뒷돈 제공은 기본… 골프장 잡아주고 세미나·회식비도 선결제

조재연 기자 2024. 6. 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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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B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의결할 당시 의결서에 나온 B 제약사 영업사원과 A 이비인후과의원 원장 간 통화 내용이다.

수도권 소재 이비인후과의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제약사에서 식당에 선결제를 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점심이면 고가의 도시락이 배달돼온다"며 "다른 병원들은 주말마다 원장이 제약사 직원들을 끼고 다니며 골프 라운드를 돌고, 술을 마시면 데리러 오도록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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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불법 리베이트 백태
일정 비율로 현금 지급하거나
선지원금 명목으로 건네기도
과징금은 고작 수백만원 그쳐
거액 들여 골프장 회원권 보유
예약해주거나 함께 라운드 접대
술마신뒤 “데리러 와라” 요구도

“3월분 그거 조금 주신 거 얼마 주셨는지 기억하세요?”(A 의원 원장)

“90만 원 인사드렸습니다.”(B 제약사 영업사원)

“근데 제가 3월분 통계를 보니까 도합 350만 원이던데, 그러면 30% 하면 105만 원 아닌가요?”(원장)

“그때는 제가 조금 금액이 적다 싶어서 조금 더 해서 인사드리긴 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25% 인사드리고 있었거든요.”(영업사원)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B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의결할 당시 의결서에 나온 B 제약사 영업사원과 A 이비인후과의원 원장 간 통화 내용이다. 진술 조서에서 원장은 “제가 생각한 금액보다 적게 돼서 어떤 사유인지 확인했다”며 통화에서 언급한 금액이 대가성임을 인정했다. 영업사원 역시 “30%를 안 주면 약을 바꿀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다 보니, 5%포인트 차이면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속 30%를 맞춰드린다고 답변했다”고 털어놨다. B 제약사는 이처럼 해당 의원이 한 달 동안 처방한 자사 의약품 금액에 정해진 지급 비율을 곱한 금액을 대가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C 피부과의원엔 처방 약속의 대가로 ‘선지원금’ 명목하에 현금을 주기도 했다. 다만 리베이트가 밝혀진 거래처는 이 두 곳에 불과했고, 모두 얼마가 실제로 지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B 제약사에 대한 과징금은 단 300만 원에 그쳤다.

24일 문화일보가 지난 2020년 6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5년간 공정위의 ‘불법 리베이트’ 처분 결과를 살펴보니, 의료계 전반에 만연한 리베이트 관행의 단면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해 약 299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D 제약사의 경우, 2014년 2월부터 2018년 9월까지 55개 의약품의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726개 병·의원 등에 총 1476회에 걸쳐 21억5887만2000원 상당의 현금 등을 지원했다. 그런데 건네진 것은 현금뿐만이 아니었다. 골프 접대, 병원 행사 경비·의국 지원, 식사 및 향응 제공, 심포지엄·학회 개최, 임상연구비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이 이뤄졌다. 이 회사가 전국 1545개 병·의원에 2만3965회에 걸쳐 제공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은 70억8478만8000원에 이른다.

2022년 2억4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E 제약사는 거액의 입회금을 예치해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하며 의사들에게 골프 예약을 잡아줬다. 이 회사 지방사무소 선임팀장은 진술에서 “우리가 부킹(예약)을 잡기도 하고, 원장님이 잡았는데 멤버가 비면 대신 가서 쳐 드리기도 한다”며 “그런 일련의 활동들을 저희는 골프 영업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E 사 종합병원팀장도 “운동을 하면서 제품 말씀도 드리고 하며 비용을 지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리베이트 외에도 의료 현장에선 병·의원 원장이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갑질’을 하거나 몸종처럼 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소재 이비인후과의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제약사에서 식당에 선결제를 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점심이면 고가의 도시락이 배달돼온다”며 “다른 병원들은 주말마다 원장이 제약사 직원들을 끼고 다니며 골프 라운드를 돌고, 술을 마시면 데리러 오도록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재연·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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