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전운 최고조…"끔찍한 재앙" 치닫는 중동 정세

박재하 기자 2024. 6.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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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준비 됐다"는 이스라엘…헤즈볼라 무기 비축하며 준비
유엔 "상상 초월 재앙" 경고…美도 "이란 개입 가능성" 경고음
20일 레비논 남부 쿠파르 킬라에서 진행된 헤즈볼라 전사 웨흐비 모하메드 이브라힘의 장례식에 참석한 그의 동료들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대해온 레바논 헤즈볼라는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이스라엘 북부지역에 수십발의 로켓을 퍼부었다.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전운이 최고조에 달했다. 양측이 '공멸'에 가까운 전면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스라엘에서는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레바논에서도 헤즈볼라가 이란산 무기를 대거 비축하고 친(親)이란 세력이 힘을 보태기 위해 모여들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전면전 시 양측을 넘어서는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쉴 새 없이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누구도 한치 양보하지 않는 모양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 (현지시간) 예루살렘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라파 공격 개시 전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네타냐후 "전면전 치를 준비 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현지 '채널14'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라면서도 "우리는 이 도전을 맞을 준비가 됐으며 여러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의 군사작전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다음 단계에는 더 많은 이스라엘군 병력이 헤즈볼라와 교전 중인 레바논 접경지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후로, 하마스와 같은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와도 거의 매일 국경을 넘나들며 공격을 주고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도발 수위를 점점 높이고 이스라엘도 레바논 남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하는 등 양측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대비를 위해 미국 방문길에 나섰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등과 면담하며 헤즈볼라 대응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3일 (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 TV연설을 갖고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제한 싸울 의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용히 전쟁 준비하는 헤즈볼라

이처럼 이스라엘이 전쟁 준비에 돌입하면서 헤즈볼라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헤즈볼라가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이란에서 받은 무기를 대거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이란산 팔라크 로켓과 파테흐-110과 M-600 단거리 미사일, 러시아산 AT-14 코넷 대전차 미사일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테흐-110과 M-600은 사거리가 300㎞에 달해 이스라엘 전역이 사정권이다.

다만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공항에 무기가 보관되거나 운송되고 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각국 대사와 취재진을 공항에 초대하겠다고 해명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중동 전역의 친이란 무장 단체들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에 참전할 준비를 마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NBC뉴스는 이날 친이란 무장단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헤즈볼라와 같이 싸울 준비가 됐다"라며 이미 수천 명의 전투원들이 레바논 접경 시리아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친이란 무장단체 중 이라크 인민동원군(PMF)과 아프가니스탄 파티미윤 사단, 파키스탄 자이나비윤 여단, 예멘 후티 반군 등이 레바논에 파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역시 지난 19일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의 무장 지도자들이 헤즈볼라를 돕기 위해 수만 명의 전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충돌이 날로 격해지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도시 키르야트시모나에서 공습경보가 울리자 소방관이 엎드리고 있다. 2024.6.19. ⓒ AFP=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끔찍한 재앙" 경고하는 국제사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제사회는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세계는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단 한 번의 성급한 행동, 한 번의 잘못된 계산이 국경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도 이날 "헤즈볼라는 전반적인 능력과 로켓 수 등 모든 면에서 하마스보다 강력하고 이란도 헤즈볼라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전면전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버티지 못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 역시 전면전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헤즈볼라와 전쟁 시 전폭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처럼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지만 8개월 넘게 집에 가지 못한 이스라엘 북부 이재민들의 마음도 복잡해지고 있다.

레바논 접경 말키아 키부츠(집단농장) 주민 톰 페리는 BBC에 "전쟁이 이 지역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경고는 옳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안타깝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제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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