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대중 수입으로 이득 본 한국 제조업···‘C-커머스’ 변수될까?
미국과 유럽 등이 급증하는 대중 수입으로 제조업이 타격을 입은 반면, 한국은 오히려 대중 수입으로 제조업의 생산·고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타국과는 달리 최종재가 아닌 중간재 위주로 수입하면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고용여력이 커진 순기능을 누린 것이다. 다만 저가 공세를 앞세운 테무 등 ‘C-커머스’로 최종 소비재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4일 발표된 지역경제보고서에 실린 ‘대중국 수입 증가가 지역 생산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중 수입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중 수입이 연 평균 13.9% 증가하면서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2%에서 2023년 22.2%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크게 증가한 중국발 수입이 자국 생산품을 대체하면서 각국 제조업의 기반을 흔든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 6개국의 경우 2022년 제조업 취업자 수는 1995년 대비 75% 내외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차이나 쇼크’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제조업 취업자수(2023년)는 같은 기간 대비 94%로 선방한데다 오히려 제조업 생산·고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타국과는 달리 중간재 위주로 수입하며 중국과 상호보완적 무역 관계를 유지한 영향이다.
보고서는 “최종재 수입은 국내 생산품과 대체재가 되기 쉬워 국내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수입이 제조업을 위축시킨다”며 “반면 값싼 중간재 수입은 최종재 또는 가공단계가 더 높은 중간재 산업의 생산비용 하락으로 이어지며 제조업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대중 수입 증가는 중국 수입품이 국내 생산품을 대체하거나(직접 효과), 국내 생산제품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업체들(후방 효과)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대중 수입 제품이 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생산되는 중간재를 사용해 최종재 등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엔 긍정적인 영향(전방효과)을 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중간재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이로 인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67.2%로 미국(31.6%), 유럽(39.6%), 일본(39.0%) 등 주요국에 비해 높아 역기능보단 순기능이 더욱 컸던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제조업 고용 증가효과는 전국적으로 6만6000명 가량으로 추정됐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7만9000명, 인천 1만3000명, 광주 5000명 등 고용 창출의 긍정적 효과가 컸고 대구(-2만명), 경북(-2000명) 등은 오히려 부정 효과가 컸다. 자동차 등 전방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산업들이 경남 등에 포진되면서다.
긍정 효과가 컸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면서다. 현재 한국의 대중 최종재 수입 비중은 32.1%인데, 초저가를 앞세워 중국이 소비재 수출을 크게 늘릴 경우 한국 제조업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국 제품이 국내 제품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역기능이 생산 비용 절감의 순기능보다 큰 것이다. 한은은 “최종 소비재 수입이 늘어날 경우 미국과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제조업 생산 및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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