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비결은 스타트업 정신 무장[포럼]

2024. 6.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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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총 1위에 이르렀다.

물론 AI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으나, 한발 물러서 엔비디아의 약진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시장과 산업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첫째,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며 치열한 기술 투자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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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총 1위에 이르렀다. 인간의 차별화된 특징인 ‘지능’을 기술로 창조(또는 모방)하겠다는 오랜 열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인류 역사의 특이점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물론 AI에 대한 수많은 논란과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으나, 한발 물러서 엔비디아의 약진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시장과 산업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첫째,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며 치열한 기술 투자를 지속했다. ATI, 3dfx, 인텔 등과의 경쟁을 위해 6∼9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끊임없이 핵심 역량을 만들고 키워 갔다. 이를 위해 팹리스 모델을 고수하며 TSMC와의 상생을 지속했다. 이후 그래픽카드를 직접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3dfx가 경쟁력을 잃고 엔비디아에 인수된 점은 이런 집중 전략이 옳았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TSMC의 미세공정 기술 발전이 지연되는 리스크에 여러 번 노출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둘째, 미래 확장성이 있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일찍 파악하고 생태계를 구축했다. 2007년 중앙처리장치(CPU)의 일반 연산을 GPU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GPGPU를 상용화한 ‘CUDA’를 발표하고 개발자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당시 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과 AMD의 역할을 병렬연산 효율성이 중요한 영역(가상자산 채굴이나 딥러닝 모델의 실행 등)에서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했다. 이런 선견지명은 가상자산 채굴 붐, 코로나19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 그리고 딥러닝 모델 구축에 AI 개발자들이 몰려들며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이 역시 큰 리스크를 감수했기에 가능했다. 엔비디아 초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게임과 가상자산 산업들이 한국에서는 정책적으로 장려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셋째,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엔비디아는 모바일 혁명에 대응해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에 기반한 올인원 테그라 칩셋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과 게임 콘솔 시장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이런 경험은 자율주행 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테그라 칩셋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되 제품과 시장의 적합도를 냉정히 판단하고 빠른 피벗을 행하는 모습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모습을 보여준다.

넷째, 창업자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30년간 이끌어오면서 핵심 역량의 유지, 플랫폼 개발 및 생태계 활성화, 빠른 선택, 집중, 피벗 등의 핵심 의사결정을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주요 제품 발표와 주요 고객사 설득도 직접 수행해 왔다. 요컨대 스타트업과 같은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다.

AI시장은 이제 개화하는 중이어서 가치 사슬의 급격한 변화는 예정돼 있다. 기대에 못 미치면 거품이 급격히 빠질 수도 있고 다른 사업자에게 리더십이 넘어갈 수도 있다. 엔비디아도 향후 다양한 도전과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테크산업의 본질은 변화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기회를 포착하려면 스타트업 정신으로 무장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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