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졸 초임 ‘월 180만원 벽’ 깨져…‘초봉 거품’ 반발도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 등 청년층 급여를 끌어올리면서 초임 월급 ‘평균 30만엔 시대’(261만원)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낮아진 기성세대 사이에선 ‘초봉 거품’이라는 불만과 함께 소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올해 봄 일본의 임금협상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초임을 대폭 인상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며 “33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가운데 특히 기업들은 젊은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 때문에 (정해진 재원 안에서) 신입사원과 젊은 직원에게 중점적으로 배분하는 임금 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민간 싱크탱크인 산업노동종합연구소가 지난 4월 내놓은 ‘초임급여 중간집계’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은 22만6341엔(197만원)으로 전년 대비 8706엔(4.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현재 상태가 최종 집계(7월)까지 유지되면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이 1991년(5.2%) 이후 33년 만에 처음 4%를 상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일본 민간연구기관 리쿠르트웍스 조사에서는 ‘올해 4월 입사하는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전년보다 증가한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이 49.1%에 이르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55.2%)과 금융업(54.3%), 규모별로는 5000명 이상 대기업(56.0%)에서 ‘초임이 오른다’는 비율이 높았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젊은 층 일손 부족이 심화하면서, 돈을 더 주더라도 신입사원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인력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본 기업 ‘구인배율’은 올해 1.71로 최근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인배율은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자수를 직장을 구하는 구직자수로 나눈 것으로, 배율이 높아질수록 인력난이 심화한다는 뜻이다. 일본에선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이 수치가 1.50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예상치도 올해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1.75가 될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나 도쿄노동청에 따르면 일본 내 대졸 초임은 최근 30년간 20만~21만엔 정도에서 유지됐는데, 최근 이런 ‘임금의 벽’에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엔 주요 기업들 중에서 엔티티(NTT) 그룹이나 다이이치생명홀딩스처럼 대졸 초임 월 급여를 30만엔 이상 주는 경우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초임급여는 신입사원 채용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 수평적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는 ‘초임 30만 엔’이 하나의 기준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기업이 한정된 재원으로 젊은 직원들의 급여를 올려주면서, 상대적으로 40대 안팎 기성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의 회원사 대상 인사·노무 조사를 보면, ‘30살 정도 젊은 층에 중점적으로 임금을 배분한다’고 답한 기업이 2016년 24.4%에서 지난해 30.2%까지 늘었다. 반면 45살 정도까지 이른바 ‘육아 세대’에 중점적으로 배분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2%에서 0.4%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보다 기성세대들이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등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드는데, 신입사원들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주는 것에 대해 ‘초봉 거품’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마이치니신문은 “개별 기업들은 임금 정책에서 젊은 직원들의 임금 인상과 초임 인상액에 많은 재원을 배분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금 인상률이 모든 직원에게 일률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20대 젊은 직원에게 혜택을 많이 준 만큼 육아 세대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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